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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공예전문관 ‘점(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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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공예전문관 ‘점(店)’

입력
2000.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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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파리에 있는 19세기 화가 ‘밀레의 집’에 들른 기념으로 조그만 부엉이 공예품을 산 적이 있다. 한 번 사고 나니, 어디 갈 때는 부엉이 기념품이 눈에 띄었다. 지금은 각양각색의 부엉이가 스무 점 가까이 모아졌다. 올빼미과에 속하는 부엉이는 휘둥그레 뜬 눈이 인상적이다. 옛 화가들도 독특한 조형미에 매료되어 그 새를 많이 그렸다. 중국 일본 등에서는 여러 개의 부엉이 공예품을 볼 수 있었지만, 애석하게도 국내산은 하나도 살 수 없었다.■ 이것이 우리 공예산업의 현 주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적인 소더비나 크리스티 경매에 오르는 한국 미술품 중에는 공예품이 많다. 그곳에서는 고서화나 근대 회화가 높은 가격에 낙찰되어 종종 화제가 되지만, 공예품인 도자기나 칠기 등도 놀라운 진가를 인정받는다. 지금 미술시장에서는 대체로 순수 미술작품이 공예품보다 훨씬 가격이 높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모두 골동품이 된 뒤엔 사정이 바뀌기도 하는 것이다.

■ 올들어 눈에 띄게 전통공예 중흥의 바람이 일고 있다. 6월1일부터 5개월 동안 독일의 ‘하노버 엑스포 2000’ 한국관 내에 ‘한국전통공예의 멋’을 내건 전시장이 마련된다. 평생 외길로 서안(書案)과 소반, 매듭, 거문고 등 전통 생활용품을 만들어온 장인 20여 명이 현지에 파견된다. 그들은 전통공예품 제작을 시연하여 세계 속에 우리 것의 아름다움과 장인정신을 알리고 작품도 판매할 예정이다. 이탈리아 주재 한국대사관에서는 현재 600여 점의 공예품이 출품된 ‘한국명장전’이 열리고 있고, 어제(26일)는 공예문화진흥원이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 공예전문갤러리와 유통관 ‘점(店)'을 개관했다. 개관전으로 ‘2020-미리 보는 공예의 꿈’이라는 전시회를 열고 있다. ‘점’은 옛날 토기나 철기를 만들던 곳을 가리킨다.

■다시 부엉이 얘기를 하자면, 헤겔의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에 날아다닌다’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 지혜의 여신인 미네르바가 부엉이를 거느리는 것은 그 새의 큰 눈이 지혜와 철학에 경탄하는 상징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도 전통공예의 아름다움에 대해 다시 한 번 눈을 크게 떠보자.

/박래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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