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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술판 파문/"위선자들..."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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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술판 파문/"위선자들..." 분노

입력
2000.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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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의원 이어 장관까지 5.18전야 술판이라니"‘386정치인’에 이어 문용린(文龍鱗) 교육부장관까지 5·18술판을 벌인 사실이 알려진 26일 ‘광주’는 극도의 분노와 허탈감에 휩싸였다.

광주시민과 5월단체들은 “도대체 우리 사회 지도층이라는 사람들에게 도덕성이라는 것이 있기는 있는 것이냐”며 말을 잇지 못했다.

○…5·18기념재단 이진(李鎭)총무부장은 “5월 영령들에게 머리를 숙여야할 날에 정치인과 교육계 지도자들이 줄지어 접대부와 술판을 벌였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겨지지 않는다”고 분개했다.

회사원 김모(33)씨는 “5·18을 모르는 젊은 세대들에게 앞으로 5·18이 술자리를 벌이는 날로 기억될까 겁난다”며 “문제의 술판 주역들은 어떤 식으로든 광주시민과 5월영령들에 대해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의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참여연대 김형완(金炯完)사무처장은 “한마디로 서글프다”며 “지도급 인사들의 몰지각한 행동으로 ‘광주’정신이 훼손돼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전교조 이부영(李富榮)위원장과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김윤자(金潤子)대외협력과장은 “교육 관련 인사들이 모처럼 모여 술 한잔 하자는 자리였겠지만 시기도 적절치 않은 불미스러운 자리였다”고 지적했다.

○…5·18의 도화선이 됐던 전남대생들의 충격도 컸다.

이 대학 이모(25·회계학과)씨는 “총장님까지 접대부와 어울려 술자리를 ‘연출’했다는 사실에 얼굴을 들 수가 없다”며 “5월정신을 기리기 위해 국제학술회의까지 개최한 것이 모두 위선으로 드러난 셈”이라고 허탈해했다.

총학생회 한 관계자는 “총장님의 잘못을 제자인 학생들이 나서서 빌어야 할 웃지 못할 상황”이라고 어처구니없어 했다.

○…교육부도 발칵 뒤집혔다. 술판 사실이 알려진 뒤 오후 6시30분부터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민정수석비서실에서는 “정확한 경위를 시간대별로 문건으로 만들어 보고하라”는 독촉전화가 잇따랐다.

한 국장은 “최근 과외문제로 그렇게 시달렸는데 또 이런 일이 터졌다”며 한숨지었고, 다른 간부들도 “이제 할 말도 없다”고 외면했다. 일부 직원은 “가뜩이나 위태위태한 상태인 장관이 전격 경질되거나, 본인이 사의를 표할 가능성도 있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전망하기도 했다.

○…문용린(文龍鱗)장관은 이날 오후 이해영(李海英) 공보관을 통해 “간단히 맥주를 마시며 1시간 정도 여담을 나눴으나 접대부를 합석시켜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지는 않았다”고 전한 뒤 연락을 끊었다.

전남대 박종률(朴鍾律)교무처장은 “학술회의가 뒤 으레하는 뒤풀이로 생각했다”며“경위야 어떻든 5월 관계자들에게 깊이 사죄한다”고 말했다.

이광일기자

kilee@hk.co.kr

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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