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과외대책이 갈수록 미궁에 빠져들고 있다.26일 교육부가 과외교습대책위원회 회의자료를 통해 “고액과외 기준은 현실적으로 설정할 수도 없고 설정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힌 것은 고액과외 규제의지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이는 4월27일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과외가 전면 해금된 이후 2달간 교육부의 ‘한가한’ 행적을 보면 알 수 있다.
당시 교육부는 민·관 합동기구로 과외대책위를 구성, 지난 3일 첫 회의를 열고 문용린(文龍鱗) 장관이 직접 “국회 법정 개원일인 6월5일까지 고액과외를 규제할 수 있는 새 법안을 작성, 입법을 추진하되 법 시행 전에라도 시급히 고액과외 기준을 마련해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교육청별로 국세청, 경찰과 합동으로 고액과외단속반까지 설치해놓고도 아직 고액기준이 안 나와 손을 놓고 있는 상태에서 이날 “기준 설정 불가” 의견이 나왔다는 점이다.
대책위 일부 전담위원 명의로 된 검토의견이긴 하지만 사실상 고액과외 단속을 포기하는 쪽으로 가는 수순이 아니냐는 강한 의혹을 사기에 족하다.
이 문건은 “여론조사 결과도 고액과외에 대한 형사처벌 지지율이 매우 낮아 세금징수로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액과외 학부모 명단 공개는 자유경제체제에서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 등 고액과외 기준 설정 포기를 전제로 한 내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이날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과외 관련 여론조사 결과도 의혹을 샀다. 조사책임자인 김흥주 개발원 학교교육연구본부장은 “고액의 기준이 지역별, 계층별로 너무 달라 실제로 설정하기 어렵다”며 “형사처벌을 위한 고액과외 기준은 설정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의 발언은 사견임을 전제로 한 것이긴 하지만 개발원이 교육부 지원을 받는 기관이고 조사도 교육부 의뢰로 했다는 점에서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한편 이 조사 결과 “과목당 평균 22만9,000∼37만5,000원 이상이면 고액과외”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광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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