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실 잇단 대책회의…與 대폭 물갈이 전망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요즘 청와대내 녹지원 등을 자주 산책한다. 26일 오전에도 녹지원을 30분가량 거닐었다. 산책하는 김대통령의 표정이 그리 밝아보이지 않았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남북정상회담 구상에 몰입한 탓도 있겠지만 최근 일련의 난제들이 김대통령의 그늘진 표정과 관련있는 듯하다.
실제 상황이 별로 좋지 않다. 불만족스런 총선 결과, 힘겨운 여권공조 복원, 야당의 공세 등 정치상황이 녹록치 않고 경제위기설, 주가하락, 정책혼선 등 국정 현안들도 잘 안풀리고 있다.
특히 대우사태에 이어 현대와 관련된 온갖 경고들도 신경쓰이는 대목이다.
거기에다 기대를 모았던 386당선자들의 ‘5·17 술자리’ 파문, ‘책임 떠넘기기’라는 비판을 초래한 민주당 이해찬(李海瓚)정책위의장의 경제팀 질책 등은 김대통령의 어깨를 무겁게 했을 법 하다.
한 관계자는 “대통령은 왠만한 일에 평정을 잃지 않는 분이지만 이런저런 일들이 마음을 불편하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대통령이 지난 국무회의에서 ‘국민들이 국정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한 것은 그만큼 걱정이 깊다는 반증”이라며 “몸을 던져 일하고 책임지겠다는 소신파가 보이지 않는 데 대한 아쉬움도 있다”고 전했다.
수석들을 찾아 현안에 대한 의견을 묻는 김대통령의 전화나 인터폰도 잦다. 최근 한 관계자는 언론의 집중적인 문제제기를 비판하는 보고를 했다가 김대통령으로부터 “본질을 호도하지 말고 현실을 직시하라”는 꾸지람을 들었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수석회의의 분위기도 무겁고 표정이 밝은 수석들을 찾을 길이 없어졌다. 수석회의에서 조크가 자취를 감추었고 무거운 분위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한광옥(韓光玉)비서실장은 25일 밤 청와대에서 재경 행자 산자 보건복지부장관 등과 사회·노동현안 대책회의를 가졌다.
30일에도 동일한 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7월1일 시행할 예정인 의약분업 등을 점검하는 자리였지만 한실장이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서 현안들을 챙겨야할 정도로 내각의 처리능력에 대한 청와대의 신뢰가 약해졌다는 얘기도 된다.
무엇보다도 이기호(李起浩)경제수석이 무척 곤혹스러운면서 분주하다. 최근 국정현안의 대부분이 경제문제라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재경부 금감위 등에 수시로 전화를 해서 구조조정 주가 환율 등을 챙기고 담당 비서관들이 점심을 먹는 시간에도 핸드폰으로 찾아 일거리를 지시할 정도다. 그동안 드러난 경제팀의 혼선과 때늦은 대응에 대한 반성도 청와대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여러 장관들이 참여하는 경제장관 간담회와는 별도로 이수석과 이헌재(李憲宰)재경 진념(陳稔)기획예산처장관 이용근(李容根)금감위원장 등 핵심 4인의 경제장관회의가 긴급히 만들어졌다.
청와대가 뭔가 돌파구를 모색하는 상황에서 최근 여권의 라인업을 재구성해야 한다는 건의들이 김대통령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이들 건의의 주제는 ‘개혁에 헌신할 수 있고 직을 걸고 일을 처리하겠다’는 소신파의 등용이다.
경제팀만을 문제삼은 보고도 있었다. 김대통령이 내각에 대한 평가, 인적 구성에 대한 건의들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정상회담후 개각폭과 정책기조가 결정될 전망이며 현재로서는 대폭적인 쇄신이 예상되고 있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