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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이총재의 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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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이총재의 도량

입력
2000.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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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총재 경선의 모양새가 점점 험해지고 있다. 싸움판이 벌어진 이상 일정한 대립은 불가피 하겠지만, 도를 넘어섰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유감스러운 점은 절대 강자인 이회창(李會昌)총재측이 과열을 선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총재는 25일부터 전국 대의원 간담회 투어를 시작했다. 수원에선 500명 가까운 대의원이 모였고, 인천에선 지구당 위원장 11명 전원이 이총재 앞에 도열했다.

이총재는 참석 대의원들과 일일이 1대1 사진을 찍었다. 대의원 입장에서야 보람있는 선물이었을 것이나, 위원장 시각에선 ‘출석 점검’에 다름 아니었다. 3약(弱) 경쟁자가 일제히 ‘강압적 줄세우기’를 성토하며 불공정 경선 중단을 요구한 소이다. 시비는 예서 그치지 않는다. 당내 초·재선 의원 모임인 ‘미래연대’의 후보자 초청 간담회를 둘러싼 당 지도부와 선거관리위원회의 석연찮은 처신도 말 도마에 올라 있다.

선관위는 당헌·당규 위배를 이유로 간담회 불허 방침을 고수하다 이총재의 전국 투어가 시작되는 날 아침에야 마지못해 이를 허가했다. “이총재 자신은 대규모 전국 순회 세몰이 유세를 하면서 미래연대의 간담회를 막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 아니냐”는 따가운 비판을 의식한 결과였다.

한나라당 총재 경선은 처음부터 하나마나한 게임이었다. 이총재의 득표율이 관심사라면 그나마 관심사였다. 그런데도 이총재 캠프는 압승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 같다. 이총재 진영은 불공성 시비 끝에 얻은 압승이 이총재의 대권 가도에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 지 이쯤해서 곱씹어 봐야 한다.

홍희곤 정치부기자

h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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