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청소년예술단으로는 분단 이후 처음 서울에 온 평양학생소년예술단이 26일 오후 7시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첫 공연을 가져 갈채를 받았다.5회 공연의 입장권이 하루에 다 팔릴 만큼 커다란 관심 속에 열린 이날 공연에서 평양학생소년예술단은 1시간10분 동안 합창과 악기 연주, 춤 등 다양한 장르의 19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공연은 남북한 동포의 만남을 기뻐하는 북한 노래 ‘반갑습니다’ 합창으로 시작해 경음악 ‘백두의 말발굽 소리’, 민요 ‘통일무지개’, 민속무용 ‘꼭꼭 숨어라’, 장구 합주 ‘승전고를 울려라’ 등으로 이어졌다.
2년 전 평양에서 한무대에 섰던 리틀엔젤스예술단원들과의 합창 ‘다시 만납시다’ ‘통일의 노래’가 피날레를 장식하자 객석은 남북 화합의 기운으로 가득 찼고 무대 뒤편에서는 ‘경축 남북정상회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란 문구의 네온사인이 반짝였다. 공연은 27일과 28일 오후 3시와 7시 하루 두 차례씩 더 있다.
○…공연은 한 순서가 끝날 때마다 열렬한 박수가 끊이지 않았고 오페라극장은 열기에 휩싸였다. 어린이들이 인형으로 분장하고 로봇처럼 움직이는 인형춤 ‘정말 고운 옷’이나 민속무용 ‘꼭꼭 숨어라’ ‘모자놀이’는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통일무지개’ ‘제일 좋은 내 나라’ ‘김치 깍두기의 노래’ 등 꾀꼬리 같은 노래뿐 아니라 손풍금(아코디언) 중주 ‘통일열차 달린다’와 목금(실로폰)을 위한 경음악 ‘유격대 말파리’, 장새납(태평소 개량악기)을 위한 기악중주 ‘모란봉’의 뛰어난 연주 솜씨도 큰 박수를 받았다. 오페라극장 무대는 양 옆에 하얀 레이스 커튼에 나뭇가지와 꽃으로 치장됐다.
○…공연은 초청된 실향민을 비롯해 이북5도민 1,200명과 각계 인사 등 2,200석이 꽉 찬 가운데 휴식시간이 없이 진행됐다. 실향민들은 감격에 겨워 간간이 눈물을 훔치는 모습도 보였다. 특히 이번 공연을 남북 화합뿐 아니라 영·호남 화합의 계기로 삼자는 뜻에서 영·호남의 초·중·고 교사 400명이 초청됐다.
○…주최측은 총 5회 공연의 입장권을 초대권 60%, 유료권 40%의 비율로 배분했는데, 유료권은 발매 첫 날인 22일 4시간 만에 다 팔렸으며 그 뒤로도 표를 살 수없느냐는 전화 문의가 빗발쳤다.
예술의전당 측에 따르면 이날 오전 70대 할아버지가 방문해 “오늘 아침 대전에서 올라왔는데 표를 구할 수 없겠느냐”고 하소연했으나 끝내 표를 얻지 못하자 아쉬워하며 발길을 돌렸다. 또 한 주부는 전화를 걸어 “부모님이 곧 돌아가실 때가 됐는데 이번 공연이 효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 같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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