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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깜짝캐스팅

입력
2000.05.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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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스타가 되고 싶은 생각없니?"● 길거리 캐스팅 디렉터 최훈씨의 하루

길거리에서 연예인 재목을 발굴하는 캐스팅 디렉터 최훈(30)씨. 오전 7시 집을 나선다. 서울 OO중학교 앞에서 몇 학생을 잡고 묻는다. 학교에서 제일 튀는 아이가 누구니? 노래를 잘 하는 학생은?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학생 이름을 적고 차를 OO대학교 앞으로 돌린다.

하지만 두 시간 동안 허탕을 친다. 다시 요즘 끼가 있는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몰린다는 서울 목동 로데오 거리로 향한다. 오후 6시 사무실로 들어와 며칠 전 길거리에서 만난 여학생을 기획사에 연결시켜주기 위해 연락을 한다. 그의 손에는 300여 중·고등학교 주소와 전화번호가 적혀있는 수첩이 들려있다. 밤늦게 캐스팅을 위해 자신만이 아는 장소로 이동한다. 베테랑 캐스팅 디렉터 최씨의 하루는 이렇게 지나갔다.

서울 압구정동 맥도널드앞, 서울 목동 로데오거리, 서울 강남역, 서울 구로동, 서울 롯데월드, 부산 광복동, 광주 충장로, 안양 1번지 등에서는 최씨처럼 신인을 발굴하는 길거리 캐스팅 디렉터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이곳에선 이들의 눈에 띄기 위해 날마마 옷을 갈아입고 거리를 배회하는 젊은이들이 허다하다.

● 길거리 캐스팅에서 박람회 캐스팅까지

몇년 전까지만 해도 연예인이 배출되는 길은 크게 두 가지였다. 김희선 송윤아 김혜수 등처럼 방송사가 자체 공모해 일정 기간 교육을 한 뒤 데뷔시키는 길과, 고현정 김혜리 김성령 등의 경우처럼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를 비롯한 각종 미인대회를 거쳐 연예인이 되는 길.

하지만 이제 캐스팅 방법은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 길거리 캐스팅, 기획사가 PC통신이나 캐스팅 전문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연예인 지망생을 발굴하는 사이버 캐스팅, 잡지에 등장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잡지 캐스팅, 정우성 구본승처럼 카페에서 캐스팅되는 카페 전문 캐스팅, 박람회를 개최해 연예인을 발굴하는 박람회 캐스팅 등이 최근 각광받는다. 요즘 연예인의 80% 정도는 새롭게 등장한 이같은 캐스팅에 의해 발탁되고 있다.

● 캐스팅에서 스타까지

에이스타스의 김희정 이사는 1997년 한 잡지에 실린 젊은 여자 사진 한 장에 주목했다. 그리고 연락처를 알아내 만나자고 했다. 3개월 동안 연기와 대사, 방송 매너를 지도한 뒤 사진을 들고 광고 회사를 찾았다. 이미지를 살릴 수 있는 광고 상품을 선별했다.

모델료는 30만원이었다. 광고를 본 방송사 PD는 그녀에게 오락 프로그램 출연을 제의했고 그녀의 외모와 분위기에 매력을 느낀 MBC 박종 PD가 1998년 미니 시리즈 ‘내가 사는 이유’에 조연으로 발탁했다. SBS 주말극 ‘덕이’ 주연, MBC ‘연예통신 파워TV’ 진행자, 건당 2억원대의 특A급 모델로 활동하는 김현주의 스타 탄생 과정이다.

배두나 박시은 김효진 김민희 이나영 원빈 장혁 등 요즘 스타로 불리우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 과정을 밟았다. 길거리 캐스팅-광고모델-시트콤 등 오락 프로그램 단발 출연-드라마 단역-드라마 조연·주연-스크린 주연 순이다.

● 왜 길거리 캐스팅인가

전통적인 미의 기준이 무너지고 개성이 강조되는 시대에서 대중의 욕구는 다양해졌다. 또한 연기력이나 가창력 보다는 수시로 변하는 이미지 중심의 연예인이 뜨는 흐름도 길거리 캐스팅을 부채질하고 있다.

KBS 경명철 주간은 “1990년대 중반에 배두나가 나왔다면 지금의 스타 자리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정형화한 미인으로 스타가 되는 시대는 지났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대중의 취향과 이미지에 부합하는 연예인이 필요하기에 다양한 캐스팅 방법이 동원된다”고 말했다. 이밖에 케이블TV, 인터넷 방송, 위성방송 등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 접어 들면서 전통적인 캐스팅 방법으로 연예인들을 배출하는 데한계가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

● 길거리 캐스팅의 어두움

다양한 캐스팅 방법이 다양한 연예인을 배출했다는 긍정적 평가의 이면에는 비판도 있다. 기획사들이 캐스팅한 사람들의 이미지 조작에만 주력해 노래 못하는 가수, 연기 못하는 탤런트·배우를 양산하는 현상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또한 금새 떠 이내 사라지는 냄비 스타들만을 배출해 대중문화의 척박한 풍토와 낭비적인 소비문화만을 조장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외에도 한번의 기회만 잡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한탕주의를 청소년들에게 유포시키고 있다.

그러나 길거리에서 캐스팅 돼 대중이 이름 정도를 알 수 있는 수준까지 가는 사람은 0.1%도 안된다.

■ 캐스팅관련 피해방지 요령

연예인 지망생이 급증하면서 캐스팅을 둘러싼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연예계 데뷔를 빌미로 거액의 돈을 뺏는 것은 물론 성폭행 등 사건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전문가가 말하는 캐스팅 관련 피해 방지요령.

▲ 한밤중에 방송사 PD와 영화감독, CF감독, 음반제작자 등과 함께 있다며 나오라고 하는 사람은 문제가 있으니 만나지 마라.

▲ 길거리에서 캐스팅을 이유로 명함을 주면 전화를 한 뒤 반드시 부모와 함께 사무실을 방문해 신뢰할 수 있는 회사인지를 확인하라. 사기를 목적으로 설립한 유령회사가 적지 않다.

▲ 캐스팅을 이유로 연락처를 물어 보면 본인의 전화번호를 알려주지 말고 부모의 것을 알려 줘 부모와 상의하게 하라.

▲ 프로필 사진촬영, 의상구입, 섭외, 음반제작 등을 이유로 들어 돈을 요구하는 사람은 절대 만나지 마라. 기획사들은 계약을 통해 신인 관리 비용을 전담한다.

■ 캐스팅의 귀재-에이스타스 김희정이사

김현주 이나영 장진영 김효진 김선아 등 요즘 잘 나가는 스타는 이 사람이 없었다면 평범한 길을 갔을지 모른다. 연예인 기획사 에이스타스 김희정(30·사진) 이사.

연예계에선 그녀의 사람 고르는 탁월한 안목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녀를 만나보면 그 안목은 철저한 노력과 전략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 사람을 스타로 키운다는 것은 오랜 시간과 노력, 그리고 돈이 필요하지요. 요즘은 대중의 취향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기 때문에 더욱 더 힘들어요.” 김이사는 국내 청소년 대상의 잡지와 패션 잡지를 거의 다 구독하고 인터넷으로 올라오는 연예인 지망생 정보 등을 매일 검색한다. “캐스팅에서 가장 우선시하는 것은 현재의 트렌드에 맞는 인물보다는 유행과 이미지를 선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고르는 것입니다.”

캐스팅한 사람들을 스타로 키우는 노하우는 철저한 계획을 세워 특정한 이미지를 창출하고 이를 고착화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하는 데 있다. 1998년 결코 예쁘다고 할 수 없는 이나영을 캐스팅해 2000년에 맞춰 신비감을 강조한 밀레니엄 스타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킨 것이 좋은 예다.

그녀의 결론. “스타로 부상하는 가장 큰 원동력은 본인의 부단한 노력과 끼입니다. 캐스팅은 단순한 기회일뿐이지요.”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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