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발표된 현대의 경영개혁 방안은 정주영 명예회장의 지분정리를 통한 경영권 이양 마무리와 대규모 유동성 확보를 통한 자금경색 타개, 자동차 부문 경쟁력 보완의 ‘세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정부가 요구하는 지배구조 개선과 계열분리 요건을 해결하고, 인수·합병의 세계적 추세 속에서 자동차 지분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카드라는 것이다.
현대는 ‘왕회장’의 지분정리를 통해 건설 전자 상선 중공업 등을 중심으로 한 그룹과 자동차 전문그룹으로의 계열분리를 더욱 가속화하게 됐다. 또 정몽헌(MH) 회장은 현대그룹 전반에 걸쳐 경영입지를 확고하게 구축하게 됐다.
아울러 정명예회장의 현대중공업 지분을 현대상선에 매각, 당분간 현대상선 대주주인 MH가 현대중공업마저 장악하게 됐다. 그러나 김재수 구조조정위원장은 그러나 “상선의 중공업 지분 인수는 시장충격을 막기 위한 조치일 뿐 조만간 해소될 것”이라며 “경영은 현재의 전문경영인 및 이사회 중심 경영체제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현대는 난마처럼 얽힌 지분관계 및 자금사정 때문에 계열분리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왕회장의 건설·상선·중공업 지분매각과 현대차 지분인수를 통해 복잡한 지분관계를 해결하게 됐다.
김위원장도 “현대정공 등 현대차 계열사가 건설·중공업의 현대차지분을 인수하는 것은 자금사정과 상호출자 금지 등 여러 가지 무리가 있었다”며 “이번 지분정리가 최선의 방안”이라고 말했다.
왕회장이 현대차의 최대주주가 된 데 대해 현대는 “정명예회장의 차에 대한 남다른 애착과 앞으로 인수·합병 등 자동차산업의 중요성을 감안한 우호지분 확보 차원”이라며 “명예회장은 자동차 경영과 관련, 대주주로서의 조언과 지원만 할 뿐 정몽구(MK)회장의 경영체제는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왕회장의 지분확보로 중공업 등의 현대차 지분의 일반 매각에 따른 적대적 인수·합병 위험을 상당부분 해소하고 앞으로 대우차 인수와 제휴협상 등에서의 입지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도 “자동차 지분구조를 안정적으로 하기 위한 조치로 받아들인다”며 “명예회장과 MK회장이 사전 조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또다른 관계자는 그러나 “분가해 신혼살림을 잘 해나가려 하는 판에 시어머니가 온다는데 좋아만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현대는 또 이번 발표에서 올해 전체 투자금액을 6조5,000억원에서 4조3,000억원으로 줄여 2조2,000억원의 추가 유동성을 확보하게 됐다. 현대는 그동안 몇차례의 구조조정계획 발표에도 불구하고 ‘제2 위기설’을 포함한 최근의 금융 시장불안의 발원지로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상선과 건설 등은 회사채 신규 발행은 물론 기존 만기 채권의 롤오버(만기연장)마저 여의치 않았다.
김위원장은 “전자와 중공업, 자동차는 유동성에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상선과 건설도 충분한 영업물량 및 담보 확보와 수익 개선으로 시장의 심리적 우려를 상당부분 해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대응에 이어 금융 불안 해소를 위한 정부·기업의 ‘입체작전’인 셈이다.
이번 조치로 현대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완전 해소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또 정명예회장이 현대차 대주주가 된 데 대해 오히려 자동차 그룹의 지배구조가 더 악화됐다는 해석도 있어 투자자들의 반응이 주목된다.
박정규기자
jkpark@hk.co.kr
김호섭기자
dream@hk.co.kr
■[현대 구조조정] 김재수위원장 일문일답
김재수 현대 구조조정위원장은 25일 “이번 현대 경영개혁 방안은 그룹 오너진이 함께 숙의해 이뤄낸 것”이라며 “절대 경영권 갈등으로 해석하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주영 명예회장이 이번 개혁안을 직접 결재하고 정몽구 회장과 조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_구조조정위원회 발표에 대한 정몽구 회장측 입장은.
“현대자동차의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명예회장 개입이 불가피하다. 그룹 오너진간 협의는 물론, 정식 결재라인을 통해 서면으로 현대자동차 경영진에게도 명예회장의 현대차 지분 매입계획을 통보해 동의를 얻었다.”
_이번 계획 발표로 유동성위기가 해소될 것으로 보는가.
“현대전자,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는 국내·외 판매 호조로 유동성에 전혀 문제가 없으나 경영권 정리 구도등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유동성 악화를 초래했다. 이제 지배구조가 확연히 정리됐으므로 곧 시장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_현대투신 정상화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여전한데.
“현대투신은 그룹 총수(정몽헌)가 책임지고 정상화시키겠다고 약속한 회사다. 재차 강조하는데 이달 초 발표한 내용 그대로 충실히 실행될 것이다.”
박정규기자
j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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