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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의 학자들](4) 이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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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의 학자들](4) 이진경

입력
2000.05.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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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성의 핵심은 자연의 수학화"사회과학자인 이진경(37)씨가 3월 ‘수학의 몽상’을 펴냈을 때, ‘황당하다’는 반응이 가장 많을 줄 알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예상은 빗나갔다. 사실 그의 궤적, 혹은 그로 상징되는 신좌파 지식인에 대한 조금의 이해만 있다면 그가 무엇을 건드리려 했는지는 명확했다.

24일 서울 동숭동 대학로에 자리잡은 ‘연구공간 너머’에서 그를 만났다.

1980년대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그의 관심은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한다. 1980년대와 달라졌다면, 등가교환의 자본주의적 논리 밑바닥에 자리한 근대성 일반에 대한 비판으로 확장됐다는 점이다. 그가 ‘맑스주의와 근대성’ ‘근대적 시·공간의 탄생’ ‘필로시네마, 혹은 탈주의 철학에 대한 7편의 영화’ 등 철학, 건축, 영화 등을 전방위로 가로지르며 탐색한 주제 역시 그러한 근대성에 대한 성찰과 비판이었다.

‘수학의 몽상’ 역시 그 연장선상이었다. “근대성의 핵심은 다름아닌 자연의 수학화, 계산가능성일 것이다. 이 근대적 사유를 대표하는 것이 바로 수학이고 그것은 가장 확실한 지식을 보증하는 학문으로 믿어져왔다. 바로 그 수학 밑바탕에 자리한 분열의 지점을 끄집어 내려는 것이었다.”

이러한 사유의 받침대는 들뢰즈, 가따리 등의 프랑스 철학자들이다. “사회주의 붕괴로 맑스이론이 막다른 골목에 봉착했을 때 그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창조적 생성으로 욕망과 혁명을 접속하는 그들의 이론은 새로운 종류의 삶과 사유의 장을 열어준다.” 1990년대 초반, 그가 맑스주의에서 알튀세르를 징검다리로 푸코, 들뢰즈로 방향을 틀었을 때 ‘맑스주의 바깥에서 자본주의 이후를 모색한다’는 말은 일종의 지식인적 수사로 이해됐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가 감옥에서 프랑스 철학을 처음 접한 지 10년.

그 기간 정력적으로 보여준 이론적 횡단은 이제 더 이상 구차한 의도의 해명을 필요로 하지는 않았다. 대안은 무엇인가. 특히나 한국적 현실에서 어떤 가능성이 존재하는가에 대한 그의 해명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야 할 단계다.

“코뮌주의다. 그러나 그것은 공산주의로 번역될 수 없는 코뮌주의다. 맑스의 애초 의도 그대로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합체’로서의 코뮌말이다.” 현재 그가 소속한 ‘연구공간 너머’는 지난해 9월부터 한국고전문학자 중심의 모임인 ‘수유 연구실’과 한 집 살림을 차렸다. 고전문학과 현대철학의 접속이자 제도 학문 바깥의 연구 공동체를 지향하는 이 단체 역시 그런 코뮌의 하나라고 말한다.

그렇더라도, 한국적 현실에서 그 코뮌의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때문에 해외이론의 도식적 적용이 아닌가라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이것은 1987년 대학생 때 쓴 ‘사회구성체론과 사회과학방법론’으로 일약 주목받은 이후 끊임없이 이론적 첨단을 걸어온 그에게 여전히 남겨진 과제이기도 하다.

●약력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1998년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연구실 ‘연구공간 너머’에서 들뢰즈·가타리의 ‘천의 고원’ 강의를 진행중이고, 서울시립대, 성공회대 등에서 강사로 활동중이다.

●저서

‘철학과 굴뚝 청소부’ ‘필로시네마, 혹은 탈주의 철학에 대한 7편의 영화’ ‘근대적 시·공간의 탄생’ ‘철학의 탈주: 근대의 경계를 넘어서’ ‘탈주의 공간을 위하여’ ‘수학의 몽상’ 등.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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