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짧은 언행에서 비롯한 모리 요시로(森喜朗·사진) 일본 총리의 곤욕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은 천황 중심의 신의 나라’라는 발언으로 궁지에 몰려 26일 대 국민 해명 기자회견을 갖기로 한 가운데 이번에는 ‘야쿠자 문제’가 터져 나왔다.25일 발매된 ‘주간문춘(週刊文春)’ 최신호는 ‘특종_이 남자에게 일본을 맡길 수 없다’는 제목의 발굴 기사를 통해 모리총리가 1995년 자민당 간사장 시절 폭력단 ‘이나가와카이(稻川會)’ 회장 일가가 참석한 결혼식 피로연에서 축하 연설을 했다고 폭로했다.
기사에 따르면 모리총리는 1995년 5월 자민당 간사장 신분으로 도쿄(東京) 데이코쿠(帝國)호텔에서 열린 피로연에 참석했다.
나카오 에이치(中尾榮一) 전건설성 장관의 비서끼리의 결혼이었다. 230여명의 하객이 23개 테이블에 나눠 앉았으며 모리총리가 앉기로 돼 있던 테이블의 바로 옆에는 지정 폭력단 ‘이나가와카이’의 이나가와 야스히로 회장(2대)과 아내, 아들, 어머니, 누이 등이 앉아 있었다.
모리총리는 24일 “당시 같은 호텔에서 열린 다른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복도에서 많은 의원들을 만나 얼굴이라도 비쳐 달라는 요청을 받고 잠시 들렀다”며 “피로연 참석자를 미리 조사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연설후 바로 자리를 떠났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주간지 인용을 삼가는 일본 신문들이 25일 일부 내용을 그대로 보도하고 나서는 등 쉽사리 문제가 잦아들 전망이 아니다. ‘이나가와카이’는 자주 정계 유착 의혹을 낳았던 폭력단이기 때문이다.
주간문춘에 따르면 건설 브로커였던 신부 아버지는 이나가와 야스히로의 아버지와 막역한 사이였다. 또 모리총리가 당시 연설에서 “생전에 신부 아버지는 치바(千葉)현의 대단한 실력자로서 의원 모두가 크게 신세를 졌다”고 밝혔다.
말 그대로라면 신부 아버지를 매개로 나카오전장관은 물론 모리총리도 ‘이나가와카이’와 줄이 닿아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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