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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기대못미친 서울디 '입시 모범답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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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기대못미친 서울디 '입시 모범답안'

입력
2000.05.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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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가 2002년 대학입학시험의 골격을 발표하였다. 수능시험성적과 학생부 성적 위주로 선발하던 기존 방식에서 탈피하여 다단계 전형방식으로 수능시험뿐만 아니라 추천서 학습계획서 구술고사와 면접 등의 다양한 자료를 활용하여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하여 고교교육의 정상화를 도모하고 다양한 소질과 능력, 적성을 가진 학생을 뽑겠다는 것이다. 다단계 전형방식은 획일화한 선발방법보다는 여러 단계를 거침으로서 학생들을 보다 신중하게 선발할 수 있고 다양한 능력을 보다 심층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잘만 운영되면 바람직한 제도라고 생각된다.이제까지의 대학입시제도의 핵심적인 문제점은 수능시험 점수에 의하여 실질적으로 대학교 입학이 결정된다는 것이었다. 서울대를 비롯한 소위 일류대학의 입학생들은 수능시험에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하며 미세한 점수차이로 당락이 결정된다. 그러나 입학시험에 떨어진 많은 학생들이 이를 실력의 차이보다는 그날의 컨디션이나 순간적인 실수에 의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또한 많은 고등학생들이 학교보다는 학원이나 과외선생님들이 수능시험 문제를 보다 잘 가르쳐준다고 믿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학교에서의 공부나 고등학교 생활은 소홀히 하게 된다. 심지어는 학원은 공부(?)하는 곳이고, 학교는 잠을 자거나 친구를 만나는 장소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2002년 서울대 입학시험의 관건은 이와 같은 파행적인 고등학교 교육과 암기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고교교육을 정상화하는 데 얼마만큼 기여할 수 있는가라는 것이다. 서울대 입시안은 서울대를 지망하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다른 대학의 입시방안과 일선 고교교육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흔히 대학입시로 학교가 인성교육은 소홀히 한 채 공부만 가르친다고 말한다. 그러나 학생들이 고등학교에 다니는 동안에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는 없다.

서울대학에 입학할 학생들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문제는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공부다운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자연 인간 사회 예술의 세계 등에 대하여 보다 깊이 있고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나름의 지적인 안목과 관점을 가지고 창의적으로 그리고 폭 넓게 사고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소유하도록 해야만 한다. 나아가 고등학교에 다니는 동안 학생들 각자가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다양한 능력과 적성과 소질을 열심히 갈고 닦도록 해야만 한다.

그러나 문제는 과연 발표된 서울대 입시정책이 이와 같은 의미의 고교교육의 정상화를 도모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는가 라는 것이다. 우선은 전면추천제를 실시함으로서 벌써부터 많은 일선교사들과 학부모들이 추천서 작성의 부담과 객관성과 공정성 확보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또한 추천서가 단순한 요식행위가 될 가능성도 있다. 논술고사를 폐지한 것도 학생들의 사고력과 표현력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 논술고사가 또 다른 과외를 부추긴다는 일부 비난도 있으나 논술고사가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암기위주의 교육으로부터 보다 깊이있고, 체계적인 사고능력을 키워주는 데 많은 이바지를 해 온 것도 또한 사실이다.

서울대 입시의 근본 방향은 획일화한 점수위주의 교육에서 탈피하여 다양한 능력과 적성을 가진 학생들을 선발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구체적으로 그러한 능력과 적성이 어떤 것들이며, 어떤 절차와 방법을 통하여 그러한 학생들을 선발하겠다는 것인지가 불분명하다. 수많은 입시생들의 불안을 해소하고, 고교교육의 정상화를 도모하기 위하여 이미 발표한 ‘입학관리센터’를 조속히 설립하여 입시제도를 보완하고, 보다 현실적이고 지혜로운 입시 방향을 선명하게 정립해야 한다.

정진곤 한양대 교수·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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