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대와 와세다가 적이 아니다. 목표는 하버드와 케임브리지다.” 일본의 명문 게이오(慶應)대학은 ‘일본의 게이오에서 세계의 게이오’를 지향하고 있다. 영국지는 최근 ‘저팬 드림’이란 기사를 통해 이 대학의 쇼난 후지사와 캠퍼스(SFC) 졸업생들의 성공적인 창업활동에 주목했다. 일본 월간지
5월호도 ‘게이오 혼자만의 승리’란 기사를 통해 최근 수년간 게이오가 세계의 대학으로 발돋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게이오와 와세다 평판의 바로미터는 두 대학 입시 이중 합격자들이 어느 대학을 택하느냐이다. 90년대 전반까지는 와세다가 우세했으나 지난해는 역전됐다. 유명 재수학원 출신 이중합격자들의 선택은 법학부 57:9, 상학부 44:15, 정경학부 36:31로 이공학부를 제외하면 게이오가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와세다의 간판학부인 정경학부와 법학부의 역전이 게이오의 도약을 말해준다. 기업 인사부장단 앙케트 조사에서도 게이오의 압도적 우위가 입증되었다.
■게이오의 도약은 90년 문을 연 SFC 성공의 열매다. 젊은이들이 많이 모여드는 휴양지에 새 캠퍼스를 세워 종합정책학부와 환경정보학부를 설치한 대학측은 정보화와 글로벌리즘에 학교운명을 걸었다. 신입생 선발은 학력중심에서 자기추천 고교성적 면접에 중점을 두었고, 교수들은 자나 깨나 SFC의 성공을 위해 열과 성을 바쳤다. 문제해결 창조성 국제성에 뛰어난 졸업생들이 당장 사회의 이목을 끌어 대학 전체의 평가가 덩달아 높아졌다.
■세계의 대학 하버드도 경쟁력 강화를 위해 최근 10년간 26억달러의 기부금 모집에 성공했다. 단과대학간의 협력향상, 교직원과 학생회 조직의 인종다양화 같은 조치도 경쟁력을 키우는데 큰 몫을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대학들은 어떤가. 서울대가 추천제 모집비율을 높이고 논술고사를 폐지한다고 발표하자 너도 나도 따라가고 있다. 우수학생 유치를 위해서라면 자존심도 체면도 없다는 것인가. 그렇다고 우수학생이 온다는 보장이 있을까. 날아가는 대학 편대 아래 기어가는 대학들을 보는 것같다.
/문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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