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간 디지털 TV ‘선두와 원조 논쟁’이 한창이다. 대상은 디지털 TV 데이터 방송과 벽걸이 TV(PDP). 그러나 일부에서는 양사가 일본 등 세계 굴지업체와 겨루기보다는 우물안 선두다툼에 너무 매달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삼성전자는 2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10회 국제방송·음향조명기기전에서 자사의 쌍방향 데이터 방송을 시연하며 국내 최초라고 강조했다. 이 기술은 자동차 경주를 보면서, 시청자들이 동시에 선수정보 등을 데이타로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디지털 방송의 한 규격인 데이즈(DASE) 방식에 따른 것이다.
이에 앞서 LG전자는 지난해 10월 쌍방향 디지털 TV 데이터 방송을 미국의 PBS와 시연한 바 있는데, LG의 데이터 방송은 삼성과는 다른 ATVF 방식이다.
한마디로 양사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아직 표준이 확정되지 않은 방식에 근거, 디지털 TV 방송을 시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국내 최초라는 불필요한 원조논쟁이 불거진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데이터 방송에 앞서 디지털 TV핵심 칩 개발에서도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였다. LG전자가 97년말 디지털 TV 수신용 칩셋을 내놓자, 삼성전자는 98년초 서둘러 동종 제품을 출시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양사간 경쟁이 기술개발을 촉진한 것은 사실이나, 결과 중시의 단기경쟁으로 인해 원천기술과 시장지배력등에선 외국업체에 비해 취약하다”고 말했다.
벽걸이 TV에서도 신경전에 가까운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LG전자가 최근 60인치 제품을 생산하자, 삼성SDI는 올 4월 LG전자 제품보다 3인치 더 큰 제품(63인치)을 출시했다.
이같은 치열한 경쟁에도 불구하고 60인치 이상 PDP는 당장 상용화하기 힘든 시제품 단계여서 과열경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일본 업체들은 60인치 이상 제품 개발 대신 40-50인치급 주력제품 시장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밖에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디지털비디오디스크(DVD) 관련 규격을 제정하는 25일의 ‘DVD 포럼 최고의사결정 회의’에서도 자사에게 유리한 DVD 규격이 채택될 수 있도록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윤순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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