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 요시로(森喜朗)일본 총리의 방한 일정이 결국 29일 ‘당일 치기’로 확정됐다.일요일인 28일 오후에 방한, 여유를 갖고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의 회담에 임하는 방안이 한때 유력했으나 불발했다. 6월25일로 총선을 앞두고 있어 일요일도 바쁘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이나 보다 진짜 이유는 한국의 총리 경질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에 일본 정부가 모리총리의 방한 일정을 하루 늘리려던 것은 ‘빡빡한 일정’때문이 아니었다. 실무 방한의 목적은 22일부터 열릴 예정이던 북일 수교교섭 10차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6월12일의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을 전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북일 수교교섭 회담의 연기로 남북정상회담이 거의 유일한 의제로 남았다. 굳이 많은 시간을 요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적당한 일정을 덧붙여 방한 기간을 이틀로 늘림으로써 최대한 모양새를 갖추려 했다. 박태준(朴泰俊)전총리가 이끄는 와세다(早稻田)대학 한국동창회와의 만찬은 더할 나위 없는 재료였다. 사적인 만남인 동시에 양국 총리의 만남이어서 그만큼 뜻깊을 수 있었다.
박전총리의 사임은 이런 상황을 돌변시켰다. 동창회 모임을 가질 수는 있지만 박전총리가 참석해도, 참석하지 않아도 어색할 수 밖에 없다. 이런 고려에서 일본 정부는 유력했던 ‘이틀 방한’을 포기했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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