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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진짜 선생님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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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진짜 선생님을 보고 싶다"

입력
2000.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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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아이는 선천적인 간 이상으로 4년전 미국서 간 이식 수술을 받고 그곳에서 초등학교 2학년까지 다니다 지난해 여름 귀국했다. 귀국후 학교를 잘 다니던 아이는 갑자기 아프면서 올초 입원해 3개월동안 병상에 누워 지냈다. 그 사이 아이는 3학년으로 올라갔다. 새 담임 선생님께는 우선 전화로 상황을 설명한 뒤 아이가 퇴원하자마자 학교를 찾아 인사했다.선생님은 아이 안부를 물어볼 경황이 없을 정도로 바빴다. 아이는 심한 황달로 눈동자와 얼굴이 노랗게 변했는데 반 친구들은 한꺼번에 모여들어 구경거리라도 만난 듯 내 아이를 뜯어보았다. 하지만 선생님은 내 아이에 대해 어떤 설명도 하지 않았고 구경거리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어떤 보호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결국 아이와 나는 쫓기듯 집으로 돌아왔다.

이런 일을 겪고 나니 미국에서 지낸 일이 떠올랐다. 미국서 수술받던 날, 병원에서 자동차로 8시간 거리에 있던 학교에서 교장과 담임선생님, 그리고 1년전 유치원의 담임 선생님이 병원을 찾았다. 그들의 손에는 반 아이들이 내 아이를 격려한 녹음 테이프와 그림, 편지, 위로 카드 등이 있었다.

수술후 퇴원하기까지 한달반동안 친구와 선생님들은 아이를 위해 기도하고 카드도 계속 보내주었다. 퇴원후 집에서 요양하던 한달동안에는 담임선생님이 방과후 거의 매일 방문, 그날 배운 것을 가르쳐주었으며 반 친구들이 아이를 위해 그리고 쓴 그림과 편지를 전해주었다. 덕분에 아이는 그 기간동안 학교에 출석한 것으로 인정받아 다음 학년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은 사정이 너무나 달랐고 나는 당황하고 분노를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선생님과 학교는 그들의 의무를 수행하지 않았고 그 결과 아이들이 사람으로서, 사회인으로서 갖춰야할 도리를 교육받지 못하는 것으로 비쳐졌기 때문이다. 물론 선생님들은 학생 수가 많고 업무가 과도하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그건 변명으로 들리기도 한다. 열악한 환경은 어디든 있고 많은 사람들이 그같은 조건속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선생님들이 주위 탓만하면 아이들의 장래는 어떻게 되는가. 스승의 날이 있는 5월을 보내면서 선생님들의 노고에 감사를 드리면서도 분발을 촉구하고 싶다.

/제미영 서울 중랑구 신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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