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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만도 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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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만도 못한..."

입력
2000.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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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생 아들이 친부모를 수십토막으로 살해해 유기한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했다.경기 과천경찰서는 24일 과천시 별양동 중앙공원에서 비닐봉투에 담긴 채로 발견된 노부부 토막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별양동 주공 4단지 아파트에 함께 사는 이들 부부의 둘째아들 이모(24·K대 산업공 3년 휴학)씨를 검거,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씨의 아파트와 경비실 재활용품 수거장에서 범행에 사용된 망치와 길이 30cm짜리 쇠줄톱을 찾아냈다.

이씨는 경찰에서 “평소 부모로부터 인간취급을 받지 못해 살해했다”고 태연히 범행동기를 밝혔다.

[범행]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22일 새벽 3시께 집안에 있던 양주 한병을 3분의 2나 들이켜 만취한 상태에서 안방과 건넌방에 각각 자고있던 아버지(60)와 어머니 황모(50)씨를 망치로 잇따라 살해했다.

이씨는 시신을 화장실로 옮겨 줄톱을 이용해 모두 20토막 이상으로 자른 뒤 20ℓ짜리 쓰레기규격봉투와 유통업체 비닐봉투 등에 나눠 담아 22일밤과 23일 밤 두차례에 걸쳐 집근처 중앙공원 쓰레기통과 인근 갈현동 쓰레기 소각장 등 10여곳에 버렸다.

이씨는 범행 후 방안과 화장실 등을 물로 깨끗이 씻어내고 동네 가게에서 세제를 구입, 피 묻은 옷가지 등을 세탁까지 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검거] 이에 앞서 이날 오전 7시30분께 별양동 중앙공원내 쓰레기통에 이모(60·별양동 J아파트)씨 시신과 부인 황모(50)씨의 시신일부가 토막내어진 채 에 나뉘어 담겨져 있는 것을 과천시청 환경미화원 이모(57)씨 등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이어 오후 5시께는 인근 갈현동 쓰레기소각장 내 쓰레기더미에서 역시 비닐봉투에 들어있는 황씨의 시신 일부가 추가로 발견됐다.

경찰은 시신의 지문확인을 통해 신원을 확인한 뒤 비닐봉투 등에서 아들 이씨의 지문을 확인, 이날 오후 8시께 집에 있던 이씨를 검거했다. 이씨는 처음에 범행을 완강히 부인했으나 경찰이 비닐쓰레기봉투를 버리는 것을 목격한 경비원 등의 진술과 집안에서 찾아낸 흉기 등을 들이대자 범행을 자백했다.

[수사] 경찰은 이씨의 진술에 따라 나머지 시신의 행방을 찾는 한편, 26일 중 이씨에 대해 존속살해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키로 했다.

경찰은 특히 친부모를 대상으로 한 이씨의 범행수법이 정상인이 저지르기에는 지나치게 잔혹하고 끔찍해 일단 이씨에 대한 정신감정을 의뢰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씨가 정신과 치료를 받은 경력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동기와 이씨 주변] 이씨는 경찰에서 “평소 아버지는 나에게 관심을 갖지않으면서도 줄곧 무시했고, 어머니는 어릴 때부터 머리가 나쁘다고 구박해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2남 중 막내로 95년 K대에 입학, 2학년까지 마친 뒤 공군에 입대했으며 지난해 12월 제대해 복학을 준비 중이었다.

친구들에 따르면 이씨는 조용한 성격이었으나 학교 컴퓨터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PC통신 영화모임에서 시삽을 맡기도 하는 등 비교적 사교성도 있었다. 인근 아파트에 독립해 살고있는 이씨의 형(26·회사원)은 “동생이 매우 엄한 부모님 밑에서 오랫동안 심리적으로 억압된 생활을 해왔다”고 진술했다.

숨진 아버지 이씨는 해군사관학교를 나온 예비역 해군중령으로 96년 예편한 뒤 최근까지 부산에서 직장생활을 해 왔다. 경찰은 “이씨가 아버지의 군대식 가정교육 방식에 적응하지 못했으며, 서울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늘 꾸중하는 부모에게 불만이 누적돼 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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