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역대문집 총서 3,000권이나 보유지난해 10월 서울 마포구 마포동에 문을 연 ‘한국학 전문서점’은 국사학, 국문학자 뿐 아니라 한국을 공부하려는 외국인에게 소중한 자료의 터전이다.
물론 한국학 전문서점으로는 유일하다. 그래서 서점 이름도 그대로다.
경인문화사가 운영하는 이 곳의 가장 큰 자랑은 한국역대문집총서 3,000권. 한상하(韓相夏·68) 회장이 36년간 영인본 출판에 전념하면서 빚어낸 최대 결실이다. 동국이상국집, 포은집, 삼국유사, 삼국사기 등 국내의 찬란한 고서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영인본이란 원저서의 모습을 사진 등으로 그대로 떠서 펴낸 책. 원저서는 소장 도서관 등에서 제한적인 형태로 열람 가능하지만 연구자들에겐 답답할 일이다. 때문에 영인본은 전문적 연구자들에겐 더없이 소중하다.
영인본 작업을 꾸준히 해 온 한회장의 의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곳 저곳에 산재해 있는 자료를 총서로 모아, 쉽게 접하게 함으로써 한국학 발전의 밑거름으로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특히나 이 영인본 문집총서의 80%는 다른 곳에서 출판된 일이 없기 때문에 그 자료적 의미는 더욱 크다.
한회장은 정신문화연구원, 고려대 등 국내 유수의 도서관 소장도서뿐 아니라 팔도를 돌아다니며 흩어져 있는 고서를 찾아 모았다. 조선 후기 강태중 선생의 ‘유화집’ 필사본 문집이 경북 봉화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문중사람에게 영인하게 해달라고 6개월을 매달리기도 했다.
30여 평 규모의 ‘한국학 전문서점’은 이런 노력의 열매다. 고전에 대한 애정이 저절로 샘솟을 만한 이 곳은 문집총서의 전시실이라 해도 무방하다. 물론 문집총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초창기 신문 영인본 등과 다른 출판사들이 내는 한국학 관련 저서를 모두 모았다.
영인본은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3만원에서 5만원까지 가격은 다소 비싸다. 고객은 한국학 관련 교수나 대학원생들. 외국인 고객도 적지 않다. 책의 10%는 외국에서 사간다. 건물 3층에는 세미나실도 마련했다. 시간당 1만원으로 거의 무료에 가까운 수준으로 개방해, 발표장소를 구하기 어려운 학회 및 연구단체의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경영수지로 따진다면 실패가 분명한 사업이다. 돈 안되는 이런 일에 매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회장의 외아들 정희(政熙·현 경인문화사 대표)씨는 “학문 발전의 일차적인 받침대는 정보의 제공과 교류다. 받침대가 되는 일은 누가 특별히 알아주지도 않는 어려운 일이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할 일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문의 (02)706-0248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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