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이 한국을 보는 시각이 알쏭달쏭하다. 같은 은행에 대해 정반대 등급을 내놓는가 하면, 평가내용이 사실과 다르거나 몇달만에 뒤바뀌는 경우도 많다. 고무줄 잣대에 따른 각양각색의 평가와 언급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한국경제의 실모습’에 대한 혼란도 커지고 있다.■상반된 판정
톰슨 뱅크워치는 18일 조흥·한빛·외환은행의 원화채권 등급을 한 단계(LC-2→LC-3) 하향조정했다.
재무상태 악화가 그 이유. 그러나 23일 피치 IBCA의 자회사인 DCR(Duff & Phelps Credit Rating)는 닷새전 톰슨 뱅크워치가 끌어내렸던 외환은행의 외화차입 등급을 BBB에서 BBB+로 되레 한계단 올려놓았다. 공적자금 투입은행으로 정부의 후원이 든든하다는 것.
그러나 금융계는 양쪽 모두에 모두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특히 톰슨 뱅크워치에 대해선 “낡은 통계를 토대로 일방적으로 등급을 조정했다”며 해당은행들이 강력 항의하고 있다. DCR의 판정결과도 일반적 국내외 시각을 감안할 때 좀 의외라는 반응들이다.
■S&P의 재벌비판
S&P는 이달초 ‘한국재벌의 부채비율에는 자산재평가분이 포함돼있어 실제 재무구조가 개선된 것은 아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전경련은 “자산재평가분이 부채비율에서 제외됐는 데도 S&P가 사실을 왜곡했다”며 강력 항의했다.
그러자 S&P는 23일 한국재벌의 투명성과 과다부채를 문제삼는 보고서를 다시 내놓았다. 정부 관계자는 “S&P의 두번째 보고서에는 쟁점이 됐던 자산재평가 부분이 빠져 있다”며 “오류를 공개 시인하기는 어려워 대신 재벌의 일반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다소 두리뭉실한 내용의 보고서를 다시 낸 것 같다”고 말했다.
■무디스의 속내
무디스는 12일 “높은 기업부채 비율과 제2금융권의 취약성은 한국 은행들의 신인도를 위협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돌렸다. 무디스는 두달전 무디스가 주택·국민·신한·하나·한미등 5개 국내은행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격상시켰던 것과는 상당히 다른 톤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평가기관들의 최종 견해는 등급으로 표현된다”며 “무디스가 국내 은행의 장래를 정말 비관적으로 봤다면 신용전망을 ‘부정적’으로 바꿨을텐데 ‘긍정적’전망을 그대로 유지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이 진실인가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이 시장 의견을 반영하고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편견이나 오류도 많다는 것이 일반적 지적이다.
이헌재(李憲宰) 재경부장관도 “말 하나 하나를 ‘경전’처럼 여길 필요는 없으며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필요하다면 항의도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금융연구원 이장영(李長榮)연구위원은 “코멘트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지만 최근 평가기관들이 우리나라의 구조개혁 속도에 대해 거의 일치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은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