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난(亂)개발을 우려하는 여론이 어지럽다. 팔당상수원을 끝내 보호할 수 없으리라는 무력감과 함께 위기감이 깊어가고, 집단 주택단지가 임립하고 있는 용인에서는 주민들이 ‘난개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에서 동서남북 어디로 나가봐도 불도저와 굴삭기로 숲 베어내고 산 가르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경기도는 눈에 띄는 곳마다 고층 아파트 건축현장을 방불케 한다. 이렇게 수도권의 형체를 바꾸는 공사라면 환경영향평가와 국토의 균형발전에 바탕을 둔 청사진이 제시되어야 할법도 한데, 실상은 주먹구구식 도시계획 뿐임을 평범한 시민도 단번에 느낄 수 있다.최근 난개발에 대한 사회여론이 비등하자 감사원이 건교부와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감사에 나섰고, 이에 건교부와 경기도가 부산스럽게 사후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건교부와 지자체가 내놓는 대책이란 것을 여론 소나기를 일단 피해가려는 ‘땜질’ 이상으로 볼 수 없다. 건교부는 규제의 단추를 풀어버렸고, 지자체는 일단 개발하고 보자는 욕구에 불타고 있다.
수도권뿐 아니라 전국적인 난개발이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역대 정부가 국토난개발의 주역이다. 노태우정부는 무더기로 골프장 허가를 내주면서 난개발의 신호를 띄웠고, 김영삼정부는 준농림지 건축규제 해제조치로 난개발의 물꼬를 텄다. 현정부도 그린벨트 해제와 규제완화로 난개발 촉진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이제 그린벨트 해제가 본격화하면, 민선 지자체장들은 주민의 개발의욕과 건설업자들의 로비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한 제2차 난개발을 우리가 심각하게 우려하는 이유다.
좁은 국토에 4,700만명이 몰려사는 우리사회가 자연환경을 거의 온전히 지키며 살 수 있는 나라와 똑같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토가 좁다는 것이 무절제하게 국토를 개발해도 된다는 이유는 될 수 없다. 오히려 땅이 좁기 때문에 선진국보다 더 머리를 써서 국토관리를 해야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 지자체들은 국토에 대한 거시적 비전이나 애정 없이 그해 그해 거둬들일 세수증대와 가시적 성과만을 노리고 있다. 이런 난개발로는 살맛나는 주거환경도 못만들 뿐더러 홍수 등 자연재난을 부채질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난개발을 규제하는 것은 중앙정부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또한 난개발은 수도권팽창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책결정권자는 당대의 편리만이 아니라 다음 세대의 주거환경을 더 중시하는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렇게 국토를 유린하는 난개발을 그냥 두어서는 안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