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세이] KBS 1TV '역사 스페셜' 연출 허진역사 홀대를 딛고 대중 열기 속으로
KBS ‘역사 스페셜’ 홈페이지에는 매주 1,000여 건 정도의 의견이 게시된다. 프로그램 시청평에서부터 아이템 건의, 그리고 우리 역사에 대한 열띤 토론 등 게시된 내용은 그야말로 다양하다. 필자는 이곳에서 우리 역사에 대한 시청자들의 열기를 실감할 수 있다. 이 열기는 주말 드라마 시간대에도 불구하고 높은 시청률에서도 거듭 확인할 수 있다. 상품으로 말한다면 ‘역사 스페셜’은 꽤 괜찮은 상품인 것이다.
그런데 역사학은 위기라고 한다. 대학에서 역사학과라는 팻말은 내려지고 있고 각종 국가고시에서 역사 과목은 점점 소외되고 있다. 역사는 이젠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대중의 열기와는 정반대로 역사는 홀대를 받고 있는 형국이다.
왜 그럴까? 인문학이 내몰릴 수밖에 없는 시대적인 분위기는 접어두자.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대중앞에서 역사를 견인하는 ‘역사학의 주체’들의 문제이다. 우선 학계의 권위자들은 그들의 기득권을 지키기에 여념이 없다. 그들에게 역사는 그들만을 위한 것이고 대중의 요구는 안중에도 없다. 학맥, 인맥으로 방패를 삼아 권위를 훼손하는 자는 용서하질 않는다. 조선시대의 사문난적(斯門亂賊)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이렇다보니 후학들의 참신한 주장은 설자리를 잃는다. 분명히 선학들의 주장이 틀린 줄을 알지만 공개적으로 떳떳히 밝힐 수 없다고 출연을 기피하는 소장학자들을 볼 때마다 역사프로그램의 제작자로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유물이나 유적, 서적들을 관리하는 그룹들도 마찬가지이다. 대부분이 배타적이다. 대중에게 적극적으로 보여주자는 제작자들의 설득은 그저 무례하고 귀찮은 구호일 뿐이다. 경직되면 결국 고사하고 만다. 역사학의 주체가 폐쇄적일 때 대중은 결국 역사를 영영 외면하거나 진실이 빠진 역사의 강물만 들이킬지도 모른다. 역사에 대중이 없다면 역사학의 주체도 없다.
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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