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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위에 핀 '눈물의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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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위에 핀 '눈물의 우정'

입력
2000.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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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올림픽 태권도선발전에서 보기드문 감동의 드라마가 연출됐다. 21일 미국 콜라라도주 휴스턴의 올림픽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린 태권도 미국올림픽 선발전 여자 49㎏이하급 결승전. 1998년 월드컵플라이급 챔피언인 케이 포(18)와 한국인 2세인 에스터 김(21·한국명 김미희)의 대결.하지만 올림픽티켓이 걸린 마지막 승부에서 에스터가 기권을 선언했다. 전후사정을 모르는 관중석에서는 의문의 탄성이 터져나왔고 매트는 이미 눈물바다로 변하고 있었다.

이날 정작 경기를 포기해야만 했던 이는 에스터가 아니라 케이였다. 케이는 라이벌 맨디 멜룬과의 준결승전에서 오른쪽 무릎을 다쳐 더 이상 경기를 할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케이와 에스터는 87년부터 에스터의 아버지 김진원(48)씨의 휴스턴도장에서 동고동락, 자매사이나 다름없었다.

태권도에 재능을 보인 어린 케이가 월드컵과 99년 올림픽 예선전 우승으로 플라이급 1인자로 군림할 때 에스터 역시 미국대학선수권대회 우승과 세계대학선수권대회 동메달을 차지할 정도로 둘은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라이벌이었다.

이번 대회서도 양보없는 일전을 다짐해온 터였다. 하지만 올림픽출전의 명예가 걸린 마지막 한판승부에서 에스터는 “쓰러진 친구를 상대로 올림픽에 나간들 마음이 행복할 수 없다”며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케이에게 밝혔다.

하지만 케이 역시 “내가 포기해야 한다”며 둘은 눈물범벅이 된 채 서로 기권하겠다는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케이와 에스터뿐 아니라 김진원씨와 케이의 아버지 켄 포씨까지 눈물을 쏟은 스포츠드라마는 케이가 올림픽에 나가기로 결말이 났다. 누구 편도 들 수 없었던 김진원씨는 “말할 수 없을 만큼 착잡했지만 정말 내 딸이 자랑스러웠다”고 국제전화에서 밝혔다.

미국올림픽 태권도 수석코치인 전영인씨는 “태권도만이 이뤄낸 수 있는 휴먼드라마였다”며 “경기장에 있는 누구라도 목이 메지 않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매트위에 핀 우정’은 AFP, 스포츠서버 등 유수언론들이 보도하면서 미국내에서 화제가 됐고 에스터는 미국올림픽위원회 스포츠맨십상에 추천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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