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달러를 오르내리는 석유값이 큰 걱정거리다. 아무리 디지털경제와 정보화 사회를 말하지만, 에너지는 경제의 원동력이자 소비의 기초가 된다. 더구나 우리 산업구조는 석유 의존도가 높다. 또 소비도 에너지 과소비형이다. 자동차 한 대로 만족할 수 없는 가정이 크게 늘고 있다. 컴퓨터와 주변기기, 냉장고, 텔레비전, 에어컨 등 대형 가전제품이 하루종일 전력을 먹으며 돌아간다. 백화점과 쇼핑몰에서 내뿜는 야간조명과 거리의 네온은 갈 수록 황홀하다.■석유 한방울 나오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소비성향이다. 그래서 국제석유값이 한 번 요동칠 때마다 숨넘어갈 듯이 호들갑을 떤다. 그러다가도 한숨 돌리면 에너지 소비량은 한 단계 더 뛰어오른다. 결과는 석유소비 6위의 국가다. 그리고 석유를 많이 소비하는 것은 단순한 경제문제만 일으키는 것이 아니다. 석유는 환경문제의 원인이다. 기후변화, 대기오염, 발암물질, 환경호르몬 등이 모두 석유화학물질에서 비롯된다. 바로 양날의 칼이다.
■며칠전 중국의 석유수입이 급격히 늘고 있다는 뉴스가 조그맣게 신문의 국제면에 게재됐다. 이 기사를 보면서 90년대 초 뉴욕선물시장에서 인터뷰했던 카길사의 석유선물 전문가의 말이 생각났다. “석유값도 다른 상품과 마찬가지로 등락을 거듭하겠지만, 중국이 석유수입국으로 돌아설 때 일으킬 파장이 세계적 관심거리다.” 93년부터 중국은 석유 수출국에서 수입국으로 돌아섰다. 중국이 하루 수입하는 석유는 30만배럴 정도라고 한다. 대형 유조선 한척분량이다.
■중국의 경제성장 속도를 석유소비에 연계해 보면 몸이 오싹해진다. 그들도 한국처럼 산업을 발전시키고, 자동차가 일반 교통수단이 되는 소비생활을 갈구하고 있다. 엄청난 분량의 석유가 필요하다. 국제 석유값은 얼마나 요동칠 것이며, 오염물질은 얼마나 방출할지 상상하기가 겁난다. 2세기전 나폴레옹은 “중국을 잠자게 하라. 깨어나면 세계가 편치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지만 이미 중국은 깨어났을 뿐아니라 달리기 시작했다. 석유와 중국, 고유가 시대에 생각해 볼 토픽이다.
/김수종 논설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