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설] 더 심화하는 기초학문 위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설] 더 심화하는 기초학문 위기

입력
2000.05.24 00:00
0 0

서울대가 발표한 2002학년도 신입생 선발방안은 고교교육 정상화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된다. 고등학교 교장과 교사의 추천권을 대폭 확대하고, 교과성적 뿐 아니라 특기와 적성까지도 전형자료로 활용함으로써 학과성적 일변도인 주입식 교육의 폐해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입학정원의 3% 내에서 농어촌 출신학생을 정원외로 선발하고 특수교육 대상자를 정원과 관계없이 뽑겠다는 방안도 국민교육의 수준을 한단계 높이는 것으로 볼 수 있다.그러나 ‘7계열 10단위’를 고수한 모집단위 광역화와 논술시험 폐지방안은 여러가지 면에서 걱정스런 결정이다. 80여개 학과를 10개 단위로 통합해서 학생을 뽑아 2~3학년 진급 때 전공을 택하게 하면, 학생개개인의 적성과 희망을 충분히 반영하고 다양한 학문에 접하도록 돕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문학 철학 역사 등 전통적 인문학이나 수학 물리학 같은 기초과학 분야를 고사시킬 위험성이 크게 늘어난다.

이런 위험성은 모집단위를 단과대 또는 학부 단위로 뽑는 여러 대학에서 현실로 나타난 지 오래다. 지금 대학에는 존폐위기에 몰린 학과가 많다. 올봄 2학년 진학생들의 학과지원에서 한 사립대 철학과는 단 1명, 독문과 불문과는 3-4명에 그쳤다. 대다수는 영문과로 몰렸고, 일부는 자격증을 딸 수 있는 문헌정보나 사회복지 같은 학과로 간 것이다. 이 때문에 문화사 철학개론 같은 교양강좌가 수강생이 없어 폐강됐고, 몇 학과들은 언제까지 명맥을 유지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자연계의 경우도 전자공학·컴퓨터공학 같은 응용과학 분야로만 학생들이 쇄도하고 있다. 그래서 “폐인이 됐다”고 자조하는 관련 학과 교수들이 늘고 있다. 제자를 받아들여 가르칠 기회마저 없어졌으니 존재이유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이런 판국에 서울대까지 모집단위 광역화에 뛰어든다면 인문학과 기초과학은 토대가 무너지고 말 것이다. 더구나 교육부는 BK- 21 사업 등을 통해 대학에 대한 행정적 재정적 지원의 전제로 삼고있어 많은 대학이 학내반발을 무릅쓰고 학부제를 강행하고 있다. 말로는 대학자율에 맡겼다면서 모집단위 광역화를 고집하는 것은 또다른 규제로 대학을 옭아매는 조치다.

논술고사를 폐지한 것도 수험생의 사고력과 창의력을 테스트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을 포기했다는 점에서 아쉽게 느끼는 사람이 많다. 수능성적이 자격기준으로 전락하고, 고등학교의 추천과 내신성적 학생부 등에 대한 신뢰가 축적되지 못한 상황에서 변별력 높은 전형자료를 폐기한 것은 성급한 조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