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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콘'처럼 다시 튀어봐?

입력
2000.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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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트렌디 드라마 '팝콘' 24일 첫 방영요즘 두드러진 방송 현상 중의 하나가 트렌디 드라마의 퇴조다. ‘불꽃’ 후속으로 24일 첫 방송되는 SBS 수·목 미니시리즈 ‘팝콘’(장기홍 연출, 이희명 극본)은 젊은이들의 감각적인 일상을 다룬 전형적인 트렌디 드라마.

서울 청담동의 웨딩숍 등에서 촬영이 진행 중인 ‘팝콘’은 주연 송승헌 김규리가 그리는 밝고 경쾌한 신세대 사랑 이야기. 결혼식 사진사인 송승헌과 웨딩숍 직원인 김규리가 직장에서 만나 사랑을 일구지만 김규리의 죽음으로 두 사람의 사랑은 미완으로 끝난다.

‘팝콘’은 당초 장기홍 PD가 ‘미스터 Q’ ‘토마토’ 등 기존의 연출 작품처럼 한 남자를 두고 선과 악을 대변하는 두 여성이 삼각관계를 형성하는 구도로 몰고가려 했다. 하지만 당초 캐스팅하려던 김희선의 사정으로 김규리가 대신 출연하면서 송승헌 중심의 드라마로 전환됐다.

1992년 MBC ‘질투’를 시작으로 모습을 드러낸 트렌디 드라마는 이후 봇물을 이루며 브라운관을 장악했다. MBC ‘마지막 승부’ ‘사랑을 그대 품안에’, KBS ‘느낌’ ‘칼라’, SBS ‘토마토’ ‘해피 투게더’ 등 트렌디 드라마는 1990년대 초반부터 최근까지 방송사의 시청률을 높이는 원동력이었다.

트렌디 드라마의 속성은 감각적인 영상, 젊은이들의 사랑을 다룬 주제, 화려한 무대 배경, 단순한 선악 구도, 10-20대 젊은 탤런트들의 이미지 중심의 연기 등이다. 이런 속성으로 인해 젊은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받았고 한동안 일주일에 8-10개의 트렌디 드라마가 방송되기도 했다.

하지만 신선감을 주었던 트렌디 드라마의 범람은 10대 위주의 획일적인 드라마 풍토를 조성했고, 연기 못하는 탤런트들의 양산을 초래하는 등 부정적인 현상을 낳기도 했다. 또한 드라마의 주요한 요소인 사실성과 감동이 사라지게하는 주요인이 되었다.

홍수를 이뤘던 트렌디 드라마는 현재 방송되고 있는 MBC 수·목 미니시리즈‘이브의 모든 것’ 하나뿐이다. 이 마저도 10%대의 시청률에 그치는 등 시청자의 외면을 받고 있다.

왜 트렌디 드라마가 퇴조하는 것일까? ‘질투’ 이후 트렌디 드라마는 비슷한 영상과 유사한 구도를 반복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시청자들의 기호에 부응하지 못했다. 특히 주시청자층인 10대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새로움이 없었다.

또한 MBC ‘허준’, KBS ‘태조왕건’ SBS ‘덕이’ 등 사극과 시대물의 강세도 트렌디 드라마의 퇴조를 부추기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중장년에 의한, 중장년을 위한, 중장년의 문화’가 자리잡으면서 10대 취향의 트렌디 드라마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팝콘’ 역시 단순한 선악구도는 피하고 있지만 화려한 무대배경, 감각적인 영상, 젊은이의 사랑 등 기존의 트렌디 드라마의 속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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