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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화가 김원숙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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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화가 김원숙전

입력
2000.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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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스위로 흐르는 행복'유진벨 재단을 통해 북한의 기아돕기에 참여하고 이를 화두로 2년전 국내에서 ‘비우는 행복-흑백그림전’을 가졌던 재미화가 김원숙이 이번에는 이탈리아 여행 중 만난 ‘신화’를 빌어 또다른 인생의 행복을 이야기한다. 31일까지 예화랑.

1978년 세계여성의 해에 미국에서 그해의 미국 여성작가로 뽑힐 정도로 개성적인 작품세계를 펼쳐 온 그녀의 그림은 흡사 동화 속처럼 맑고 잔잔하다.

‘Italian Transcriptions’ ‘In His Shoes’ 두 개의 주제로 펼쳐지는 이번 전시회의 그림들 역시 단순하고, 따뜻하고, 담백하다. 그녀의 어린 시절을 보여주고, 요즘 생활의 반경을 짐작케 한다.

김원숙은 “작년 여름,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살고 있는 여동생(피아니스트 김원미씨) 집을 방문했다”면서 “화첩 하나 들고 도시 가득한 중세 르네상스의 그림과 벽화를 베끼며 돌아다녔다”고 말했다. 눈에 익히 알고 있는 그림을 다시 그린다는 것. 그것은 단순히 베끼는 것 이상의 의미를 작가에게 안겨주었을 것이다.

“오랜 세월 견디며 색이 바랬고, 금이 가 있고, 부분들만 남아 있는 조각난 벽화였어요.” 이를 소재로 한 그녀의 그림 역시 조각난 모습이다. 치마 폭에 감추고 있는 한 여인의 소원과 희망을 여인의 다리만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한 사람은 물에 잠긴 뒷모습으로, 또 한 사람은 물속에 들어가려 막 옷을 벗고 있는 모습을 담아 낯선 곳에서의 위기, 경험, 도전을 이야기하고 있다.

‘In His Shoes’에서는 아버지의 구두를 닦고 나서 자신의 발보다 엄청나게 큰 그 구두를 신고 아버지의 출근을 기다리던 어린 시절의 추억들을 아련한 향수 속에 떠올리고 있다.

자신도 이해하지 못할 어정쩡한 그림을 그려놓고 현대 미술은 도도하고 난해한 것이라고 말하는 작가들에게, 그리고 무식하다 들킬까 싶어 무조건 좋다 말하는 관객들에게, 김원숙은 너무나 솔직하고 분명한 붓질로 그림도, 인생도 짐짓 아는 체 살지 말자고 이야기하고 있다.

송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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