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중한 탑들이 한지 위에 위 아래로 떠 있다. 기단은 배제한 체 북쪽과 남쪽을 각각 향해 대칭으로 솟아있는 탑의 몸체는 언뜻 보면 정밀하게 그려진 동양화 같다. 그러나 작품 가까이 다가서면서 관객은 이 회화작품이 실은 사진작품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전통 한지 위에 ‘리퀴드 라이트’라는 감광유제로 코팅해 인화한 사진들은 실물보다 더 사실적으로, 진짜보다 더 섬세하게 실물을 묘사한 사진 작품 ‘파고다 시리즈’이다.6월 3일까지 금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정진의 작품들은 기계적으로 사물을 옮겨담는 사진작업이 현대예술에서 어떻게 작가의 손을 거쳐 예술적 깊이를 더하고 있는가 보여준다.
파고다 시리즈를 비롯, ‘바다(Ocean)’ ‘길(Road)’을 주제로 한 대형작품 35점이 발표된다.
10년 가까이 뉴욕에서 작품 활동을 하다 1997년 귀국한 이정진이 3년 동안 한국에서 제작한 작품들이다.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작품이 소장돼 있을 정도로 미국에서 예술성을 인정받았던 그녀는 현재 미국 사진전문화랑인 ‘패이스 맥길 갤러리’ 전속작가이자 서울예술대 사진과 겸임교수로 국내외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송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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