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년동안 ‘영세중립국’을 고수해온 스위스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스위스는 21일 연방정부와 유럽연합(EU)이 합의한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 67.2%의 압도적인 지지로 이를 승인했다.
48%의 투표율을 보인 이날 국민투표에서 전체 26개 주(캔턴) 가운데 인구가 가장 많은 취리히를 비롯, 24개주가 자유무역협정을 지지했으며 이탈리어를 사용하는 남부의 티치노와 독일어권인 중부의 슈비츠 등 2개 주는 반대했다.
스위스-EU 자유무역협정은 유럽 국가간 여행 육상 및 항공운송 연구개발 농산물 유통 등 7개 분야의 무역자유화를 주요내용으로 하고 있다.
EU는 현재 대(對) 스위스 수출의 80%를, 수입의 63%를 각각 차지하고 있어 양측이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다는 사실 자체가 때늦은 감이 있다.
하지만 이번 국민투표 결과에 대해 뿌리깊은 보수주의와 국제사회 참여에 대한 국민들의 거부감때문에 누구도 자신하지 못했었다.
특히 국민투표 실시가 발표됐을 당시에는 통과여부가 불투명했으나 EU가 극우지도자 외르크 하이더의 등장하면서 오스트리아에 대한 외교적 제재에 나서자 사태가 역전, 불과 며칠만에 협정 지지자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번 협정이 압도적인 지지로 통과된 배경에는 EU 불참에 이어 자유무역협정마저 거부할 경우 자칫 경제적 고립에 봉착할 우려가 있다는 점도 꼽을 수 있다.
이와함께 국적 항공사인 스위스항공이 벨기에 항공사인 사베나를 인수하는데도 불이익을 가져다 줄수 있다는 현실적인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스위스가 1990년대의 경제침체에서 벗어나 회복세에 있고 실업률이 지난 8년내 최저인 2%로 떨어졌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 됐다.
이번 자유무역협정 승인이 스위스의 독자노선과 외국인 기피 정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박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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