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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난개발 주민피해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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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난개발 주민피해 실태

입력
2000.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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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땐 교통지옥"경기 용인시 기흥읍 신갈 A아파트에서 서울 강남의 사무실로 출퇴근하는 김모(39)씨는 매일매일 끔찍한 전쟁을 치르는 심정이다. ‘강남까지 20분 출퇴근 가능’이라는 아파트 선전문구를 다 믿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차마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새벽밥을 허둥지둥 챙겨먹고 오전 7시 전에 집을 나서지만 좁은 23번 국도에는 이미 차량들이 꽉 들어차 있다.

이 틈을 헤집고 간신히 도달한 신갈 5거리는 차량들이 마구잡이로 뒤엉켜있는 그야말로 ‘교통지옥’이다. 끼어들기, 밀어내기 등의 온갖 ‘기술’을 구사해 ‘생환’하면 죽전 4거리의 고비가 또 한번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해서 판교톨게이트에 닿으면 벌써 8시.

톨게이트 언덕에서 호흡을 채 고르기도 전에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한 경부고속도로를 내려다 보면 다시 숨이 턱 막힌다. 서초에서 내려 다시 러시아워의 강남을 통과해 사무실에 들어서면 9시. 이때 쯤이면 심신이 완전 파김치가 돼 만사가 다 귀찮다.

한 때 좌석버스를 이용하기도 했지만 자리잡기가 하늘의 별따기인데다, 직접 연결 노선이 없어 택시를 번갈아 타다보니 엇비슷한 시간에 통근비용만 곱절이 들어 결국 포기했다. 김씨는 “비좁게 살더라도 더이상 이 짓은 못하겠다”며 “하루빨리 이 곳을 벗어나 서울로 돌아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교통전문가들은 “기흥, 수지, 구성면 등 용인 서북부지역 인구가 16만명에 이르고 있으나 도로망은 거의 예전 그대로”라며 “5년내 용인 인구가 현재의 2배이상 될 것으로 전망돼 광역교통망이 확충되더라도 교통난이 완화될 가능성은 없다”고 전망했다.

/송두영기자 dysong@hk.co.kr

■"더부살이 학교 수업"

경기 용인시 수지2지구 정평중학교 2학년 김모(14)군은 올해 전학온 후부터 학교에 다니기가 싫다. 고등학교 형들의 눈치를 보느라 점심시간과 쉬는 시간에 운동장에 나가 마음대로 놀지못하기 때문이다.

올 3월 교실없이 개교한 정평중학교에 전학온 김군은 풍덕고등학교에서 더부살이 수업을 받고있다. 김군은 1학년때 다녔던 분당의 중학교로 다시 전학가고 싶다고 매일 부모에게 조르지만 “9월까지만 참으면 된단다”라는 대답 밖에 듣지 못했다.

형들의 텃세 뿐이 아니다. 눈치를 보며 다니고 있는 풍덕고등학교도 교실 공사를 마무리짓지못해 학교 한켠에 공사장비가 나뒹굴고 있어 도무지 차분한 학교 분위기가 아니다.

정평중학교 270여명의 다른 학생들의 사정도 김군과 다를 것이 없다. 이 학교 학생들은 자신들의 교실이 마련된 학교로 등교할 2학기가 되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예정대로 교실이 완공될지는 미지수다.

수지 2지구에서 초등학교 1, 3학년을 둔 학부모 이모(38·여)씨는 아이들 등하교때마다 안절부절하지 못한다. 아파트옆에 학교가 없어 2㎞가량 떨어진 수지초등학교로 등교하는 아이들이 매일 10여개 이상의 횡단보도를 건너기 때문.

더구나 도처에 공사판이 널려있어 건축자재와 폐기물을 잔뜩 실은 대형 덤프트럭이 뿌옇게 먼지를 일으키며 과속으로 질주한다. 큰아이(10)에게 늘 “동생의 손을 꼭잡고 길을 건너라”고 신신당부하지만 하교때는 시간이 서로 맞지않아 도무지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내년중 당장 초중고 13개교가 필요하지만 예산부족으로 정상개교할 학교는 2-3개교에 그칠 전망”이라고 말했다.

송두영기자

d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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