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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의 관전노트] 노력하는 바둑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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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의 관전노트] 노력하는 바둑팬이 없다

입력
2000.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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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명예 퇴직을 한 선배 한 명을 만났더니 대뜸 하는 말이 바둑을 배워 놓기를 참 잘 했다고 한다. 요즘 주머니 사정도 별로 좋지 않은데 돈 별로 안 들이고 시간 보내기로는 바둑이 최고라는 말이겠다. 흔히 바둑을 가리켜 서민적 취미 도락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즐기는데 돈이 안 든다는 뜻이다. 실제로 그렇다. 바둑을 즐기기 위해서 특별한 시설이나 장소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그저 약간의 시간과 바둑판, 바둑돌만 있으면 된다. 요즘 웬만한 오락이나 스포츠가 대형 구장이나 고가의 장비 등을 갖추어야 하는 것에 비하면 거저나 마찬가지다. 그래서인지 IMF 이후 시중에 기원이 늘어나고 바둑을 가까이 하는 사람이 증가했다는 소리도 들린다.그러나 이같은 장점이 때로는 엉뚱한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누구나 언제라도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바둑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인지 다른 취미 오락에 비해 바둑을 너무 하찮게 여기는 듯해서 안타깝다. 명색이 바둑팬이라면서 바둑에 대해서는 너무나 인색하다. 입으로는 바둑이 좀 더 늘었으면 좋겠다고 노래를 하면서도 정작 그를 위한 노력은 거의 하지 않는다. 골프나 테니스 등 다른 취미 활동이나 스포츠에 투자하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면서도 유독 바둑에는 돈이나 시간을 투자하는 것을 상당히 아까워 한다. 바둑책이나 비디오 좀 사보라고 하면 골치가 아파서 싫다면서도 테니스 잡지나 비디오는 열심히 사서 보고 한 달에 한 번 기원가기는 귀찮아 하면서도 매일 새벽같이 골프 연습장으로 달려 간다. 그렇다고 이들이 바둑을 다른 종목보다 싫어 하는 것도 아니다. 이유는 한 가지. 바둑은 거저 즐기는 것이라는 이상한 선입견이 바둑팬들 사이에 팽배해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러다 보니 바둑에 대한 애정도 생각보다 깊지 않은 것 같다. 물론 바둑이라면 죽고 못사는 바둑광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박세리 박찬호의 일거수 일투족에 대해서는 소식이 빠삭해도 이창호가 세계 대회를 무수히 제패해도 아랑곳 없고 TV나 신문에서 바둑란이 슬그머니 없어져도 누구 하나 큰 관심을 갖는 이가 없다.

흔히 국내 바둑 인구가 1,000만명이라고 한다. 엄청난 숫자다. 그런데 과연 정말 그럴까. 바둑의 ‘바’자라도 아는 사람을 모두 바둑팬이라고 한다면 모를까 아무리 따져 봐도 그런 것 같지 않다.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바둑을 즐기는 사람을 기준으로 한다면 국내 바둑 인구는 1,000만은 커녕 100만명도 되지 않는 것이 아닐까. 바둑은 지금 분명히 뒷걸음치고 있다.

바둑평론가 박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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