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는 22일 휴가지인 제주로 급히 찾아온 강창희 총장을 만나 이한동 총리 지명과 관련, “묵시적으로 동의를 표시했다”고 말했다.이총재를 총리로 추천했음을 시인한 것이다. 지난 2월 하순 야당 선언을 했던 그가 고심 끝에 민주당과의 공조복원 수순을 밟기로 결심한 셈이다.
JP는 총선 패배 이후 청와대측의 DJP회동 및 공조복원 제의를 줄곧 거절해왔다. JP는 그러나 총리 추천마저 포기해 민주당과의 고리가 완전히 끊어질 경우 정치적 고립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
JP는 19일 강경파인 강총장과 만난 자리에서 “자민련은 총리를 추천할 입장에 있지 않다”며 총리 추천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런 그가 20일 밤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과의 면담에서 이총재를 총리로 추천한 뒤 측근을 통해 “이총재의 뜻을 따르라”는 메시지를 자민련 당직자들에게 전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JP가 총리 인선문제에서 ‘안개 행보’를 한 것은 당내의 반발과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는 이제 자민련의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위해 매진하고 그 결과를 지켜본 뒤 다음 수(手)를 결정할 생각이다.
자민련의 독자적 간판 유지가 1차 목표지만 활로를 개척하기 위해 민주당과의 합당을 전격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음은 강총장이 전한 JP와의 ‘제주 대화’ 내용으로 JP의 심중이 잘 나타나 있다.
강총장 “이총재의 총리직 임명에 동의했는가.”
JP “묵시적으로 동의했다. 당을 위해서 그랬다.”
강총장 “이총재가 남아서 당을 추스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재고해달라.”
JP “왜 그렇게 외곬으로 생각하느냐.”
강총장 “김명예총재가 당 총재를 맡을 것인가.”
JP “안한다. 당에서 상의해서 총재를 정하라.”
강총장 “총리 추천에 반대한 사람으로서 더이상 총장을 할 수 없다.”
JP “그만두면 더 큰 문제가 생긴다. 이럴 때일수록 잘해보자.”
강총장 “이총재를 총리로 보내면 민주당과의 공조재개로 해석된다.”
JP “누가 공조한다고 했느냐.”
강총장 “선거 때 야당선언을 했는데 어쩌려고 하는가.”
JP “당신보다 내가 더 많이 (민주당에) 당했지 않느냐.”
김광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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