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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교육 바꾸자](2) 물리학자 김재삼교수의 대학등급화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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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교육 바꾸자](2) 물리학자 김재삼교수의 대학등급화론

입력
2000.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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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9등급으로 나누자"고액과외문제를 언론에서 연일 요란하게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근본적이고 합리적인 치유방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 문제의 본질은 수능점수에 의한 대학의 서열화가 토착화 되어 있는 우리 사회의 그릇된 풍조에 있다고 본다. 또한 BK21사업처럼 지방대학을 초토화시켜 가면서까지 서울대학을 특일류 대학으로 육성해온 교육부의 편파적인 대학정책에도 기인하다.

출신대학에 따라 사회적 계급을 결정하는 일반국민들의 인식에도 문제가 있다. 불합리한 기준에 의해 잘난 사람, 못난 사람을 구분해 놓고 잘난 사람만 살도록 하는 사회체제 자체가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고 본다.

인정이 많아 나누어 먹기를 잘하면서 계급의식이 강한 한국인들의 상충되는 이중적인 면이라고 볼 수 있는데 더불어 사는 지혜를 찾아낼 수는 없을까.

◆수능 총점제 입시지옥으로 몰아◆

입시전문학원들이 발표하는 예상 커트라인이 대학의 서열화에 중요한 인자로 작용하는 수능점수 커트라인에 의한 대학의 서열화는 유치하고 비합리적이다.

서울대학이나 포항공대의 통계에도 나와 있듯이 일선에서 학생들을 가르쳐 보면 수능 1%이건 3%이건 그 지적인 능력 차이는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1%의 학생과 3%의 학생이 갈 수 있는 대학의 차이와 그들이 갖는 자부심의 차이는 엄청나다.

그런 점수가 통계적인 신뢰도를 가지려면 수능시험을 10번쯤 쳐서 그 평균을 내면 모를까. 그런데 객관적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통계오차가 큰 그런 부정확한 숫자에 너무나 큰 비중을 두어왔던 것이 고등학생들을 인간이 견딜 수 없는 입시지옥으로 몰아넣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들은 수능성적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 또한 현실이다. 지난번에 발표된 수능등급화제도는 교육부가 모처럼 내놓은 좋은 정책으로서 이것을 적극 활용하면 과열 점수경쟁을 어느 정도 식혀주리라고 본다.

각 등급의 점수폭 자체가 통계오차를 어느 정도 감안해 주기 때문이다. 등급제가 변별력이 없다는 논란이 많은데 통계오차를 감안하면 같은 등급의 학생들은 일단 모두 동등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견해가 옳다고 생각한다.

◆응모자격 1~2개영역의 몇 등급으로 바꿔◆

총점등급에 의한 서열화가 재연된다면 이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지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응모자격을 총점등급 몇 등급 이내로 제한하는 것은 금지하되 한두 개 영역에서 몇 등급 이내로 제한하도록 하고 2차사정에서 총점등급을 활용하도록 하는 것을 제안한다.

3차사정까지 올라온 학생들은 사실상 모두 똑같다고 봐도 무방한데 누구를 뽑느냐는 전적으로 대학에서 결정하되 그것은 더이상 점수에 의한 것이어서는 안되고 학과목점수로 계량이 되지 않는 다른 장점들을 찾아내는 것이라야 하겠다.

이미 대상자의 수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면접이 가장 좋은 방법이 되겠는데 일단 교수들을 믿고 선발권한을 주되 부정이 적발될 시에는 당사자들은 물론 그 학과에 대한 재정지원을 3년간 중단해 버리는 것같은 혹독한 벌을 주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본다.

성적 부풀리기로 인해 자료로서의 가치가 떨어진 학생부에 비중을 크게 두는 대학은 하나도 없는 실정이다. 해당 고등학교 영역별 수능점수의 평균점수를 그 영역 전국 평균점수로 나누어 학생부의 그 영역 성적에 곱한 값을 사용하면 어느 정도 객관성을 살려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농촌지역의 학생들에게 불리하다는 이유로 반대 여론이 컸는데 학생부 자체가 무시되고 있는 현실에서 전혀 그들에게 유리하지 않은 것 같다. 차라리 학생부의 신뢰도를 복원하되 농촌지역 쿼터제를 도입하는 것이 좀더 현실적이라고 본다.

◆대입정원 늘려 재수생 한시 없애◆

현재 일년에 한 번씩 치르는 수능시험은 단 한 번의 기회로 인생의 진로를 결정지어버리는 비인간적이고 비합리적인 면이 있다.

그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학생들로 인해 입시학원들은 재수생들로 넘쳐나고 있고 지방대학들은 휴학생들로 인하여 공동화하고 있다.

재수생 입학 퍼센트가 50% 안팎이라면 이것은 해결해야 할 커다란 사회문제인 것이다. 재수라는 것은 본인이 괴로운 것은 물론이고 국가적으로도 노동력의 지대한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

2002년을 재수 근절의 원년으로 삼고 그 해에 한해서 모든 재수생을 흡수할 수 있을 정도로 대학 입학정원을 늘리는 것을 제안한다.

◆재수 연한따라 감점제 도입◆

그 이후로는 재수 연한에 비례하는 감점제를 도입해야 한다. 자유·평등·박애의 나라 프랑스에서도 한 학생이 그랑제콜에 응시할 수 있는 기회를 두 번만 허용하고 있다.

미국은 같은 등급의 대학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재수를 할 필요가 없지만 편입학제도가 활성화해 있다.

◆수능 2차례.편입학 활성화◆

학부모들을 승복시키는 방법은 수능시험을 11월과 12월에 2주 간격으로 두 번 치르도록 하여 그 중 좋은 점수를 택하도록 하는 것과 편입학 제도의 활성화라고 본다. 그러면 학생은 기회를 세 번 갖게 되는 것이다.

대학 1, 2학년 성적평점이 D인 학생들이 10~15% 정도 발생하기 마련인데 이들을 일단 탈락시키고 결원 만큼 편입생을 받는 것이다.

편입시험을 해당 학과의 기말고사 수준으로 출제하면 다른 학교로의 편입을 원하는 학생들은 수능공부를 하는 대신 대학 공부를 잘해야 하기 때문에 휴학하지 않을 것이므로 학생이 편입에 실패한다고 해도 학업에 공백이 생기지 않는 실리적인 제도가 될 것이다.

◆대학 부문별로 평가 등급화◆

진정한 의미에서 대학의 서열은 그 대학 교수들의 학문적 우월성, 교육의 질, 교육 및 연구시설, 재정의 견실성, 졸업생들의 취업실적 및 사회적 기여도 등에 근거해야 한다.

민주주의와 기회균등의 나라 미국에서도 여러 가지 다양한 기준에 의해 대학을 평가한 자료들이 주요 언론에 학과별, 그리고 종합적으로 발표되고 있다. 이 리스트를 보면 모든 부문에서 일등을 하는 대학은 없고 여러 부문에서 상위 10위권 이내 또는 20위권 이내에 드는 대학이 눈에 띌 정도다.

따라서 학생들이 특정학교에 편중되지 않고 등급의 대학들에 분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학교육협의회에서 8년째 이공계 대학에 대해서 학과별 평가작업을 해오고 있는데 그동안 축적된 평가기법을 좀더 보완하면 좋은 목적으로 활용될 시점에 이른 것 같다.

◆학문.교육실적 5년마다 평가 점수매겨◆

이제 대학들의 학문적·교육적 실적을 5년마다 평가하여 추후 5년간의 등급을 정할 필요가 있다. 대교협에서는 지금까지 평가결과를 인정/불인정 두 가지로만 발표하였는데 좀더 세분한 등급으로 분류·발표해야 한다.

A, B, C 세 등급으로 분류한다면 A는 박사과정까지 허용하고, B는 석사과정까지, C는 학사과정만 허용하는 식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원이 있지만 사실상 학생모집을 하지 못하는 대학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현재 대부분 대학의 교과과정은 학생이 석·박사과정을 거쳐 교수까지 되는 것을 가정하여 짜여져 있는데 학생들의 능력이 모두 같을 수가 없기 때문에 비현실적이다.

◆대학 등급따라 학사운영 차등허용◆

등급시스템에서는 등급마다 교과과정의 초점을 다르게 맞출 수 있기 때문에 훨씬 현실적일 것이다. A등급의 대학에서는 석·박사 통합과정을 운영하도록 하고 B등급의 대학에 대해서는 학·석사 통합과정을 운영하도록 하는 것이 교육·연구면에서 좀더 효율적일 것이다.

각 등급을 대학의 견실도에 따라서 다시 3등급으로 세분하여 모두 9등급으로 분류할 필요가 있다. 평가대상 범위는 단과대학보다 작은 학부 정도의 소단위로 국한시켜야 합리적인 평가결과를 얻을 수 있고 그 효용도도 높을 것이다.

◆노동시장 맞춰 분야별 모집인원 조절을◆

대학의 존재이유는 노동시장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양산하는 것과 학문적인 발전 양면이 있는데 지금까지 한국에서는 후자가 강조되어 왔던 것 같다.

취업률이 극도로 낮은 무명대학 졸업생들, 일자리가 없어 월 50만원을 받고 연구원 생활을 해야 하는 박사학위 소지자들-학생들은 무엇을 위하여 비싼 등록금을 내고 대학을 다니고 청춘을 바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는가.

이제는 노동시장의 수요에 상관없이 대학들이 자기들의 편의와 이기주의에 의해 매년 고정된 숫자의 학생들을 배출해서는 안된다.

향후 3년간 노동시장의 전망에 근거하여 신축적으로 분야마다 적정수의 인력을 책정 배출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부와 경제부처들이 협의하여 경제단체들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분야별 국가 전체 노동자수를 추산해야 할 것이다.

인문·사회분야에서는 어렵겠지만 이공분야에서는 오차범위 10~20% 이내에서 예측이 가능하리라고 본다. 추후 3년간 어느 분야의 학생 모집정원의 전체숫자는 이렇게 하여 추산된 분야별 전국의 수요 노동자수에 비례해야 할 것이다.

학부 학생수는 C등급에 가장 많이 할당하고 B와 A의 순서로 적게 할당하며, 대학원 학생수는 A등급보다는 B등급에 더 많이 할당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대학들은 모든 학부를 다 A등급으로 만들 필요가 없을 것이며 학생을 많이 받기 위해 B등급을 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교육부는 이들에 공정하게 재정지원을 해주는데 등급마다 차이는 두지만 어느 등급이건 같은 등급의 대학학부에 대해서는 균등지원을 해주는 것이 합당하다고 본다.

동등급으로 판정받은 대학학부들은 모두 교수 1인당 학생수가 똑같게 하는 것을 제안한다. 대학의 정원을 더이상 고정하지 않고 노동시장의 수요에 따라, 그리고 그 대학의 등급과 교수수에 따라 유동적으로 결정하자는 것이다.

◆기업 채용때도 등급별 쿼터제적용◆

또한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들은 등급별 책정 인원에 비례하는 쿼터에 따라 신규직원을 채용하는 것을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되면 졸업생들은 자기 등급의 대학 출신들하고만 경쟁할 것이기 때문에 A등급 대학 출신이나 C등급 대학 출신이나 취직할 수 있는 확률은 똑같을 것이고 기업에 들어가서 하는 일의 영역이 다를 뿐이다.

등급분류가 음성적으로 시행되어 겉으로는 모든 대학이 동급이지만 실제로는 명문대학 출신에게만 유리한 현재의 체제보다 훨씬 더 공평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비슷한 수능등급의 학생들이 같은 등급의 여러 대학으로 분산되는데 학생들은 대학마다 다른 선발기준이나 그 대학의 분위기 등을 고려해서 대학을 선택할 것이다.

동급의 대학군이 형성되면 자교 출신들을 자기 대학원에 입학시키는 것을 억제 내지는 금지하는 정책을 펼 수 있게 되는 데 이것은 특정학교 편중현상을 확실하게 방지해 줄 것이고 그만큼 입시문제도 완화될 것이다.

◆취업 10년후엔 심도있는 재교육을◆

급변하는 노동시장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20대에 몇 년간 받은 교육으로 일생을 먹고 살기에는 힘든 세상이 되었다.

노벨 물리학상을 탄 세계적인 대학자들도 대개 10년 정도의 전성기를 갖는다. 대다수의 사람이 한번 교육받으면 대략 10년 정도 먹고 살 수 있는데 새로 교육을 받지 못하면 본인이 물론 괴롭고 국가적으로도 노동인력의 감소를 초래하는 결과가 된다.

따라서 10년에 한번 정도씩 심도있는 재교육을 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

미국 HP사에서는 엔지니어가 입사 후 10년이 되면 거의 무용지물이 된다는 것을 깨닫고 인근 스탠퍼드대학의 지원을 받아 자기 회사 엔지니어들이 원격강의를 듣도록 하는 하는 재교육 프로그램을 정착시킨 지 오래다.

IMF실직자들을 위한 재교육 재원이 할당되었지만 초보 수준의 컴퓨터교육 이외에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없는 것 같다.

대학생수의 감소로 앞으로 수년 내에 문을 닫게 될지 모르는 대학들이 상당수 있는데 이들을 고등 재교육훈련장으로 활용한다면 훨씬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김재삼교수 약력

서울대 물리학과 졸업(1970)

캘리포니아공대 박사(1982)

존스 홉킨스대 객원조교수(1984)

브리검영대 선임연구원(1984-1985)

캘리포니아공대 상임연구원(1986-1988)

포항공대 물리학과 교수(1988-현재)

●대표저서

‘Solving Problems in Current Processors’(1990)

‘몬테카를로 방법의 물리학적 응용’(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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