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사건 추진위원장 도법스님“억울하게 숨져간 영혼들의 넋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정부가 적극 진상조사에 나서야 합니다.”
지리산 외공 양민학살사건 진상규명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 200여구의 유골을 발굴하는데 기여한 실상사 주지 도법(52)스님은 “역사속에 묻힐뻔한 사건이 한국일보의 보도를 토대로 뒤늦게나마 실체를 밝혀내 다행”이라고 말했다.
경남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 외공마을에서 일어난 양민학살사건은 거창 산청 함양 일대 양민학살 사건과는 달리 피해자의 신상은 물론 유족조차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이때문에 한국일보가 1960년 5월16일 ‘양민 800명 무차별 사살, 10년만에 드러난 또 하나의 학살’이란 제목으로 크게 보도했으나 유족들이 나타나지 않는데다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까지 합쳐져 역사속에 파묻혀 있었다.
당시 한국일보 보도내용을 유일한 단서로 이번 발굴에 나섰던 도법스님은 “유골 발굴은 시작일 뿐”이라며 “남북으로 갈라진 불행한 민족사를 정리하고 통일조국을 앞당기기 위해서도 이같은 아픔의 역사는 반드시 바로잡아 역사의 교훈으로 삼는 것이 전후세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충청도가 고향이라 지리산과는 92년초 실상사 주지로 내려오며 인연을 맺은
도법스님은 귀농학교를 열어 농촌을 살리기 위한 갖가지 활동을 펴왔다. “결국은 지리산에서 억울하게 죽은 이들의 진상을 밝히고 그들의 원혼을 풀어주어야 역사나 사회가 바로잡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지난해 8월 환경운동연합, 참여연대등 전국의 80개 단체를 모아 ‘지리산연대’를 만들어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진상규명추진위도 그런 활동의 연장선상에 있다.
“앞으로 진상규명추진위를 전국 규모로 확대해 유골 재안장과 유족확인 작업 등을 병행해 나가겠다”는 그는 “유족과 가해자를 밝혀내 사자들의 명예를 조금이나마 회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 모두가 이들의 억울한 죽음을 공감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진주 = 정창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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