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와 유교가 해묵은 역사의 질곡을 벗고 따뜻한 만남을 이루고 있다. 김수환(金壽煥) 추기경은 23일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에서 유교계의 대표적 상인 심산상(心山賞)을 수상하고 24일 수유리 독립유공자 묘역에 있는 심산 김창숙(金昌淑·1879-1962) 선생의 묘역을 참배한다.심산상은 유림의 큰 어른 심산 선생을 기리기 위해 심산사상연구회가 매년 5월 시상한다. 13회를 맞은 올해는 천주교계의 상징적 인물이 수상한다는 점에서 남다르다.
이를 반영하듯 김추기경은 미리 배포한 수상연설문을 통해 17세기부터 시작된 천주교와 유교의 만남을 회고하고 새로운 천년을 맞아 두 종교의 화해를 강조했다.
김추기경은 “저는 천주교 성직자지만 한국인이기에 제 몸 어딘가에도 유교의 피가 흐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18세기말 이승훈 정약용 등 신진유학자들이 유학사상을 바탕으로 천주교를 받아들인 보유론(補儒論)은 세계 천주교사에 유례가 없다”며 유교와 천주교의 역사적 융합을 회고했다.
김추기경은 이어 제사를 둘러싼 두 종교간의 다툼과 1939년 천주교가 제사를 허용하기까지의 과정을 돌아본 뒤 ‘효(孝)’란 측면에서 양 종교간에 차이가 없음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새로운 천년기는 동양사상과 서양사상이 함께 손잡는 동서시대”라며 “동양의 유교와 불교 그리고 서양의 그리스도교가 상호 대화와 협력을 통해 인류의 정신과 영성을 이끌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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