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시가 마련한 도시계획 조례입법 예고안은 비정상적 개발이득에 집착했던 계층에겐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질 만큼 개혁적 의지를 보인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 그런데도 세계 대도시중 가장 열악한 서울의 도시환경을 지속 가능한 수준까지 회복시키는 데는 턱없이 미흡하다.우리 도시를 지속 가능하도록 도시계획 목표를 세우기가 이처럼 아득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제까지 중앙정부의 국토·도시관리 정책기능이 크게 낙후됐기 때문이다. 국가의 도시정책이 사회변화를 앞서가지 못하면 우리가 처음 경험하는 각종 도시문제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
선진국이 과거 산업화과정에서 국토·도시관리의 선진화를 위한 정책개발에 역량을 집중해 온 것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국토 및 도시관리가 핵심 국정업무의 한 축이라는 인식이 부족했다.
정부의 가장 뼈저린 실책을 몇 가지만 들자면 소위 특별법으로 추진되는 도시개발사업이 도시관리의 기본법인 도시계획법을 완전히 배제한 채 치외법권의 영역에 군림해 도시악화를 초래한 것이 그 첫째다. 또 시행착오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치명적인 난개발을 빼놓을 수 없다. 그동안 건설교통부가 시행해온 3종 일반 주거지역의 용적율 300∼400%는 그 하한선을 적용한다 하더라도 주거과밀로 도시환경을 악화시키고 자본이득을 위한 재개발 붐을 불러일으켜 사회자원의 낭비를 부추겼다.
또 한가지 어처구니없는 정책실패 사례는 상업지역내 주상복합건물의 무원칙한 허용이다. 정부가 이에 관한 법적 기준을 제시하지 않는 바람에 개발업자는 용적율 1000%인 건물의 90%를 주거용인 초고층 복합아파트로 건설하면서 국가 주택정책의 제약을 받지 않고 엄청난 개발이익을 챙기면서 토지이용의 부조화를 심화시켰다. 정책능력이 시장현실을 도저히 쫓아가지 못하는 현실을 웅변하는 대목이다.
중앙 정책의 이러한 병폐를 완화하기 위해 그동안 서울시는 법에도 없는 기준용적률(200∼250%)로 개발밀도를 억제한 결과 법에 보장된 개발이익을 침해한다는 개발업자의 반발을 샀다.
중소도시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전국의 도시 문제를 평균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중앙부서의 조직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겪는 서울시의 첨단적 도시문제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이같은 현실속에서 서울시 도시계획조례는 지방자치단체에 국한하는 사안이 아니라 우리나라 도시발전의 향방을 실질적으로 좌우할 중대한 정책현안으로 국가적 관심이 필요하다.
이번 서울시 조례안은 주상복합건물에 관해 용도용적제의 개념을 개발해 도시관리의 새로운 정책도구로 제시했다. 이 용도용적제에 따르면 주상복합아파트를 짓더라도 주거용 비율만큼 주거지의 용적율을, 상업용 비율만큼 상업지의 용적율을 지키도록 되어 있어 과거처럼 상업지 용적율로 아파트를 짓는, 총론적 평균 행정의 병페를 막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서울시가 제안한 용도지역별 용적율은 현행 기준을 대폭 축소하고는 있지만 실효를 거둘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시행 취지를 제대로 살리려면 개정시행령의 중간값을 택하기보다는 과감히 하한선을 조례안에 채택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제도적 맹점이다.
총 주거지역의 96%를 점할 정도로 기형적인 제3종 일반주거지역이 개정된 법제하에서 다시 건폐율 50%, 용적율 250%의 적용을 받게된다면 지금보다 무엇이 나아질 수 있다는 말인가. 이 조례가 실효를 거두려면 건교부가 개정시행령의 발효와 함께 법시행령 부칙 4조에 새롭게 용도가 지정되지 않은 기존의 모든 일반주거지역은 제1종으로 간주한다는 조항을 명문화해야 한다.
/임강원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