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의 소신없는 태도로 차세대 이동통신(IMT-2000) 사업 추진에 심각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최근 안병엽(安炳燁)정통부장관이 “사업자 선정방식의 하나로 주파수 경매제 도입을 검토중”이라고 발표한 것이 발단이다.경매제는 지난해 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이 무산돼 폐기처분됐다. 따라서 이 발언은 경매제 도입을 강력히 시사한 것으로 비쳐져 통신사업자들의 반발을 부르고, 주식시장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요즘 정통부 홈페이지에는 ‘경매제 발언이 주가폭락을 부추겼다’는 항의가 쇄도하고 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사업자 선정방식 확정 발표를 불과 한 달여 앞두고 물거너간 사안을 다시 들고 나왔다는 점이다. 경매제든, 심사제든 장점을 살리고 부작용을 최소화는 최적의 모델을 만들려면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다. 전혀 경험이 없는 경매제의 경우 더 철저한 준비가 요구된다. 경매제를 이론적으로 찬성하는 일부 전문가들조차 “때가 늦었다”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구나 안장관은 최근까지도 “경매제는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다”고 말해오다 갑작스레 태도를 바꾼 이유를 분명히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국회와 관계부처 등 일각에서 경매제를 주장하는 만큼 검토는 해봐야 할 것 아니냐”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사업자선정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아직 선정원칙조차 정해지지 않았다는 얘기로 들린다.
정통부는 사업자선정 번복, 국회청문회, 관계공무원 구속 등의 휴유증이 야기된 제2이동통신과 PCS 사업자 선정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이희정 경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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