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미가 없는 인간은 물속에서 오래 견디기 힘들다. 이것이 거리가 현저히 짧은 수영 남자 자유형 1,500㎙를 육상의 마라톤에 자주 비유하는 이유다. 남자 자유형 1,500㎙는 물살을 15분 가까이 헤치고 가야하는 고통이 따르기 때문에 기록향상도 다른 종목에 비해 대단히 더디다.지금까지 수영은 과학의 혜택을 가장 적게 받는 종목으로 취급받았다. 2년전 스피도사가 최첨단소재인 테트론을 사용하는 수영복을 만들기 전까지 대부분의 수영선수들은 맨몸만큼 물의 저항을 적게받는 방법은 없다고 여겼다.
물에 젖어 축축한 수영복은 속력을 내려는 수영선수들에겐 짐이라는 인식이 퍼졌기때문이다. 지금은 약간의 부력까지 지닌 수영복에다 옆 레인의 물살을 조절해주는 3중레일까지 보급돼 경기환경만큼은 몰라보게 좋아졌다.
이처럼 수영장에 뻗친 과학의 손길은 최근 수영 중·단거리종목서 봇물처럼 쏟아지는 세계신기록과도 관련성이 크다. 세계기록 ‘해트트릭’을 거푸 수립했던 괴물소년 이안 서프(17)와 주부스타 수지 오닐(26)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런 과학도 최장거리종목의 기록단축에는 큰 도움이 못됐다. 남자 자유형 1,500㎙기록은 1968년 멕시코올림픽에서 미국의 마이클 버튼이 최초로 17분대벽(16분38초9)을 넘어선 후 80년에 구 소련의 블라디미르 살리코프가 마의 15분대(14분58초27F)를 깨뜨리는데 성공했다.
살리코프가 심장이 파열되지 않는 한 불가능할 것으로 여겼던 대기록을 넘어서자 흥분한 수영계는 ‘기록에는 한계가 없다’고 선언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그후 이렇다할 성과가 없다. 호주의 키에렌 퍼킨스가 94년 세운 14분41초66F이 아직까지 최고기록으로 남아있을 정도다. 수영복의 혜택이 가능해진 지난해 기록은 14분45초66F으로 오히려 퇴보했다.
장거리일수록 선수의 체력과 기술이 과학의 보이지 않는 힘보다 더 중요하기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체대 이병두교수는 “최근엔 과학의 힘을 빌어 체계적인 훈련이 가능해졌고 또 버튼(173㎝)과 퍼킨스(194㎝)의 키 차이가 21㎝나 날 정도로 체격조건이 향상되고 있어 기록 향상은 낙관적이다”고 내다봤다. 결국 수영기록 단축에 종착역은 없는 셈이다.
●남자 자유형 1500㎙ 기록추이
연도 선수 국가 기록 신장
1968 마이클 버튼 미국 16분38초9 173㎝
1980 블라디미르 살니코프 구소련 14분58초27F 184㎝
1992 키에렌 퍼킨스 호주 14분43초48 194㎝
1994 키에렌 퍼킨스 호주 *14분41초66 194㎝
1999 그랜트 하켓 호주 14분45초60 198㎝
*현 세계기록
정원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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