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퍼즐이나 퀴즈를 풀면서 괴로워하거나 심각해하지 않는다. 머리를 써서 맞히면 좋고 틀려도 그만이라고 생각한다.골프를 할 때도 퍼즐이나 퀴즈를 푼다고 생각하면 잦은 실수나 기대 밖의 점수로 자신을 학대할 만큼 골프를 심각하게 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골프를 즐기는 방법은 바로 골프를 재미있는 게임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자칫 심각해져서 골프를 게임 이상으로 받아들이면 골프의 횡포에 휘둘리기만 한다.
골프가 연습한 대로 결과가 나타나고 기량만 좋으면 언제라도 좋은 스코어가 보장되는 운동이었다면 오늘날과 같이 전세계의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스포츠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결코 ‘흥미만점의 불가사의한 스포츠’라는 찬사도 얻지 못했을 것이다.
골프코스 역시 연습량에 따라, 기량에 따라 스코어가 보장된다면 묘미는커녕 흥미조차 느끼지 못할 것이다. 쉽게 공략할 수 있고 어렵지 않게 좋은 점수가 나오는 골프장은 흥미를 유발할 수 없다. 도전하고픈 의욕도 생기지 않는다.
좋은 골프장이란 골프코스 속에 인생의 비밀을 숨겨두고 있다. 뜻대로 공략되지도 않고 최선을 다했다고 해서, 좋은 기량을 갖추었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결과가 보장되지도 않는다.
기량이 떨어져도 전력을 다하면 의외의 결과를 얻어낼 수 있고 아무리 기량이 뛰어나더라도 자만에 빠져 덤벼들면 치욕을 안겨주는 함정을 숨기고 있다. 겸손한 사람에겐 그만한 대가를 감추고 있는가 하면 자만에 빠진 사람에게는 벌을 숨겨두고 있다.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른 골퍼들은 코스 속에 온갖 함정과 착각과 환상, 미망이 숨어 있음을 깨닫는다. 명골프코스란 어떤 것인가. 인생의 철학을 담고 있는 코스야말로 훌륭한 골프코스의 첫째 조건이다.
잭 니클로스, 아놀드 파머 등 세계적인 골프코스 설계가들의 작품에는 모두 인생의 철학이 담겨 있다. 진정 골프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은 퍼즐을 풀듯 즐거운 마음으로 골프코스에 숨은 비밀들을 하나하나 찾아내고 거기서 인생의 교훈을 얻는다.
‘멋있고 완벽한 숏홀이란 정확한 샷에는 쉽게 파를 보장해주는 반면 미스 샷이나 무계획적인 샷에는 용서없이 5타 이상의 벌을 주고, 처음부터 보기를 생각하고 공략한 골퍼에게는 확실하게 보기를 주는 홀이다.’ 영국의 코스설계가 톰 심프슨이 남긴 유명한 말이다. 어떤 자세로 골프에 임해야 하는가를 암시해주고 있다.
/방민준 편집국 부국장 mjb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