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소설에는 대중소설만의 세계가 있습니다.”소설 ‘가시고기’의 작가 조창인(41)씨는 낮지만 힘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가시고기’는 올해 1월 5일 초판이 나온 이후 50쇄를 거듭하며 30만부 이상 팔렸다.
지금도 전국 베스트셀러 집계 1위다. 최근 불황의 출판가에서는 놀라운 일이다. 그러나 이른바 대중소설이라는 이유로 문단의 평가는 물론 언론의 관심에서도 소외돼 있다.
조씨는 ‘쇠고기와 돼지고기’의 비유로 대중소설과 순문학의 차이를 말했다. “돼지고기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쇠고기만 먹일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구요. 소설에 대한 다양한 요구가 있다면 그에 맞는 소설이 나와야 합니다. 대중문학이나 순문학이나 소재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어떤 독자층에게 어떻게 전달하느냐 하는 기법의 차이가 있을뿐이지요. 보다 많은 독자들을 독서세계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대중문학의 몫도 인정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지나친 상업주의, 일회성 흥미 위주는 지양되어야 하지만 품격있는 대중소설은 그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면서 ‘철도원’의 일본작가 아사다 지로, 미국소설가 스티븐 킹을 예로 들었다.
‘가시고기’는 불치의 백혈병에 걸린 아들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아버지의 사랑을 그린 이야기다. 조씨는 실제 불치병 아이를 둔 친구를 보고, 그 친구의 심정에서 이 소설을 썼다고 말했다.
그의 다른 소설들도 불치병 이야기를 쓴 것이 있다. 20만부가 팔린 ‘그녀가 눈뜰 때’ ‘따뜻한 포홍’ 등이다. 조씨는 “급속히 가족이 해체되는 시대에 가족관계에 대한 그리움을 담았다”고 말했다. 1996년 나온 김정현씨의 소설 ‘아버지’가 그랬듯 ‘가시고기’도 우리 사회의 이런 현상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
중앙대 문창과 79학번. 주간신문과 여성지 등에서 일했고 이런저런 자서전들의 대필도 했다. 그는 자신의 소설을 읽고는 “아버지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나는 아이에게 좋은 아버지인가를 돌아보게 됐다는 내용의 독자 편지를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아버지와의 갈등으로 가출해 주유소에서 일한다는 16세 소녀가 제 소설을 읽고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한 편지를 받고는 ‘글 쓰는 보람’을 느꼈습니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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