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가 주관하는 제24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이만교(李萬敎·33)씨의 장편소설 ‘결혼은, 미친 짓이다’는 우선 호기심을 유발한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어떤 가벼운 장난기가 소설 내용에의 궁금증을 돋운다. 여전히 부동의 사회제도인 결혼을 단정적으로 미친 짓이라 규정하는 작가에게 아마 대부분의 독자들은 ‘나도 그 정도는 안다’고 동의하면서, ‘너는 왜 그렇게 생각하지’라고 되물으며 책 속으로 일단 들어갈 것이다.그 입구에서 독자들은 제일 먼저 작가에게 이렇게 물을 것이 뻔하다. “당신 결혼 했어?” 이씨도 결혼했다. 4년 전 결혼해 아이 하나를 두었다. “당신은 그러면 결혼한 걸 후회하나?” 이씨의 대답은 기다릴 틈도 없이 “네”였다.
결혼의 여러 국면 중에서 이 소설은 젊은 남녀인 ‘나’와 ‘그녀’가 만나 맞선을 보고 여자가 다른 남자와 결혼해서 신혼여행을 갔다 온 몇 달 후까지의 이야기다. 둘은 맞선을 보는 날 저녁 모텔로 간다. 여느 맞선 본 남녀들처럼 몇 차례 만나다가 여자는 다른 남자와 결혼한다.
그녀는 자신에게 “다섯 개의 대본이 쥐어져있다“고 말한다. 한 명은 의사, 두 명은 회사원, 한 명은 연구원, 그리고 한 명은 대학원생인 나다. 그녀에게 결혼은 이 대본들 중에서 대차대조표를 따지는 일이다. 의사와 결혼하고 나서도 그녀는 격주로 나를 찾아와 성관계를 가진다.
그녀의 말은 이렇다. “날이 갈수록 아무런 죄책감도 느껴지지 않아. 그냥 언젠가 네가 말한 것처럼 두 개의 드라마에 겹치기 출연을 하고 있는 것 같을 뿐이야. 그래서 남들보다 약간 바쁘게 살아가는 듯한 느낌뿐이야.”
옛날 같으면 이런 이야기가 신파로 흘렀겠지만 이씨의 소설은 잘 만든 TV드라마를 연상시킨다. 묘사보다는 대화 위주로 된 군더더기 없는 문장은 속도감을 준다. 결혼을 보는 젊은 세대의 의식을 재치있고 경쾌한 세태소설로 만들었다. 가벼운 이야기를 가볍게 다룰 줄 아는 것은 솜씨다. 오늘의 작가상을 심사한 평론가 김화영씨의 말처럼 ‘아우라가 사라진 시대의 소설답다’.
작가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결혼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다. 그들은 각자의 결혼생활을 일부러 미화하거나 편협한 도덕론으로 묶어놓으려 한다.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경제적 손익계산표를 바탕으로 한 거래이면서도 순수하게 사랑하는 척하는 위선이 만연해 있다”고 창작의도를 밝혔다. 그는 인하대 대학원 국문과 박사과정이다. 처음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으로 택했다가 2년 만에 문학을 하겠다고 결심, 전공을 바꾸고 14년 만에 이번 상 수상으로 ‘하나의 통로’를 만났다고 이씨는 말했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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