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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 오늘 폐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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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 오늘 폐막

입력
2000.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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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사롭지 않은 힘…한국영화 다시 보자"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프랑스 칸영화제가 22일 오전(한국시간)에 폐막한다.

칸에서 주목받는 한국 영화는 처음 본선에 진출한 ‘춘향뎐’만이 아니다. 한국 영화들이 칸을 지나 이제는 유럽 곳곳에서 그 평가를 받고 있다.

감독주간에 초청된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이 7월 체코 카를로비바리국제영화제 경쟁작으로 나간다. ‘주목할만한 시선’에 나온 홍상수 감독의 ‘오, 수정’은 영국 에딘버러영화제와 독일 함부르크영화제 초청을 받았다.

카를로비바리 영화제는 또 ‘홍상수 감독 특별전’을 마련해 ‘오, 수정’과 ‘강원도의 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을 상영하기로 했다. 단 세 편을 만든, 그것도 39세의 아시아 젊은 감독의 특별전을 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홍 감독은 프랑스 유력지 르몽드가 ‘한국의 차세대 대표 감독’ ‘다음 칸 본선은 홍상수’라고 할 만큼 유럽에서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 영화들이 주목받고 높은 평가를 얻은 이유는 바로 ‘독특함’ 때문이다. 소재나 주제가 아니다. 젊은 감독들의 독특한 시선과 이야기 방식이 기존 한국 영화나, 아시아 영화들과 다르다는 것이다.

카를로비바리 영화제 프로그래머 스테판씨는 “홍상수의 영화는 작고 미세하면서도 철학적이고 사실적인 독특함이 있다”고 분석했다. 세 편의 영화를 모두 봤다는 계간지 ‘바캄’의 이렌느 보노 기자는 “일상의 작은 차이들로 진실에 접근하는 감독의 시선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그것은 홍상수 영화가 드라마틱한 삶이 무너지고, 일상만이 남은 유럽 사회와 너무도 닮아있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영화전문지 카이에 뒤 시네마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고, 프랑스 팡틴단편영화제의 클로드 랑보 프로그래머도 “누벨 바그를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프랑스 일간지 리베라시웅은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에 대해 “역(逆)인과관계에 의해 아주 관습적인 이야기의 모든 드라마적 단계들이 뒤집어진다”고 분석했다.

현지에서 발간되는 니스 마텡지는 “감성과 서술적 교묘함이 어우러진 걸작”이라고까지 극찬했다. 자칫 상투적일 수 있는 감상적 드라마와 정치적 진술을 뛰어넘는 세밀하고 정교한 전개 방식에 유럽인들은 놀라고 있다. 비평가 주간에 상영한 정지우 감독의 ‘해피엔드’ 역시 내러티브(서사 구조)의 의외성이란 충격을 많이 이야기했다.

예측하지 못한 결말의 폭력성이 뻔한 이야기를 새로운 영화로 평가받게 만든 것이다. 한국 영화가 세계영화제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확인해준 셈이다.

칸=이대현기자

leedh@hk.co.kr

■왕자웨이, 유럽에서도 스타감독

아시아에서는 홍콩 왕자웨이(王家衛) 감독이었다. 본선 경쟁작 ‘화양연화(花樣年華)’의 상영에 관객들은 넘쳐났고, 20일 공식기자회견장 역시 아시아감독으로는 드물게 엄청난 박수와 취재진으로 요란했다. 3년 전 ‘해피투게더’로 감독상을 받은 그는 유럽에서도 스타 감독임을 증명했다.

녹음을 제대로 마치지도 못한 채 출품한 ‘화양연화’는 1960년대 배경의 홍콩 멜로물. 아내와 남편이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바로 이웃한 두 남녀의 한없이 쓸쓸하고, 연민으로 가득한 사랑. 감독은 요란한 영상보다는 짧게 끊어가는 서술, 슬로 모션을 섞은 깔끔한 영상, 음악과 의상과 장만옥의 매력적 연기로 60년대 센티멘탈한 분위기와 멋을 냈다. 60년대의 홍콩은 ‘아비정전’(90년)에 이어 두번째.

기자회견에서 왕자웨이는 “속편은 아니다. 연장선상에 있다. 그때 인물들의 성숙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계를 다룬 영화들이 많지만 사랑을 잃어버린 배우자들은 어떤지 알고 싶어서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장만옥도 10년 만에 왕자웨이 감독과 다시 60년대 홍콩으로 돌아갔다. 그때 보다는 조금 성숙한 모습의 아내로. 60년대 헤어스타일과 같은 디자인의 옷만 입은 그에게서 12년 전 왕자웨이 감독의 데뷔작 ‘열혈남아’의 그 쓸쓸한 기억들이 겹쳐진다. “매일 ‘이건 아니냐. 다르게 해야지’라는 생각만 들었다. 그래서 인물을 의식하지 않고 촬영 현장에서 감정대로 따랐다”고 했다.

■"창작은 보편적·우주적인것" - '비밀 코드'주연 줄리엣 비노쉬

의사소통 능력과 표현욕구를 잃어버린 이민자들의 이야기인 오스트리아 마카엘 하네크 감독의 본선 경쟁작 ‘알려지지 않은 코드’의 여주인공 줄리엣 비노쉬. 프랑스 여배우로는 혼자 이 영화에 출연한 동기를 “마이클 하네크 감독은 ‘퍼니게임’으로 익히 알고 있었고, 주변 이민자들과의 만남, 놀라운 사랑이 주는 결과에 매료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잉글리쉬 페이선트’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후 상업적 이미지가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나는 경력을 계산적으로 따지지 않는다. 시장이나 국적으로 배역을 결정하지 않는다. 연기는 내가 좋아하는 작품, 감독과 함께 하는 것이다. 창작은 보편적이고 우주적인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부정적 이미지를 주는 역할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알려지지 않은 코드’에서 앤 역시 욕구불만형의 인간이다. “20대에 나는 인생에 대해 낙천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적극적인 자세보다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유머를 갖고 사물을 보려 한다”고 밝혔다. 현재 조니 뎁과 ‘초코렛’을 촬영중이다.

칸=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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