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용의 아들’이다”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은 20일 취임식에서 중국이 그토록 요구해온 ‘하나의 중국’을 ‘문화적 동질성’으로 얼버무렸다. 그러나 그는 대륙의 무력사용 포기를 전제로 독립 선언이나 양국론 개헌, 국호변경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 중국을 위무했다.
陳 총통은 독립을 표방하지 않는 대신, “선의에 입각한 협력으로 풀어가자”는 말로 중국측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것은 과거 국민당 정권의 정책기조를 그대로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독립을 고집해봐야 중국을 자극해 국제적 고립만 자초하는 현실을 받아들여 현상유지 속에 관계 개선에 주력하자는 논리다. 陳은 국민당이 만든 국가통일강령을 준수하겠다고 공언했다.
陳의 입을 주목했던 중국측도 일희일비했다.
중국 공산당과 국무원은 陳의 총통 취임식 직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하나의 중국’ 이라는 가장 핵심적인 문제에서 회피적이고 모호한 태도를 취했다”고 비난하면서도 “‘하나의 중국’원칙의 기초 위에서 대화와 협상을 진행하고 쌍방의 고위층 상호 방문을 실현하자”고 재차 제의했다. 무력 위협은 일절 없었다.
결국 양안 관계는 ‘원점’으로 되돌아왔다. 여전히 ‘하나의 중국’을 보는 베이징(北京)과 타이베이(臺北)의 시각차가 크다는 사실이 재확인 됐다.
이 문제를 논의가능한 의제로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대화의 전제가 되는 원칙으로 인정할 것인가의 줄다리기는 앞으로도 불가피하게 됐다.
陳의 총통 취임으로 과거와 차이가 있다면 양안관계에 ‘민주주의’라는 새로운 의제가 생겼다는 점이다. 陳은 중국 역사상 최초의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룩한 점을 자랑하면서 중국도 “대만 처럼 자유, 민주의 기적을 이루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그렇지 않아도 미국으로부터 인권 개선 압력을 받고 있는 중국을 더욱 긴장시킬 여지가 다분하다. 陳의 취임식에는 중국의 6·4 천안문시위 주동자인 왕단(王丹)도 참석했다.
대체적으로 陳은 중국을 자극하지 않고 실리를 챙기며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만인들은 기적과 같았던 민주주의를 구축하고서도 정체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셈이 됐다.
때문에 대만 증시는 20일 陳이 양안관계 개선을 위한 돌파구를 제시하지 않은데 실망, 한때 4.6%나 폭락했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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