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T회의 폐막…'핵무기 완전제거'약속세계 5대 핵강국이 사상 처음으로 핵무기 완전 폐기를 현실적 과제로 인정하는 등 핵 군축을 향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둔 핵확산금지조약(NPT) 제6차 평가회의가 20일 폐막됐다.
NPT 가입 187개국 대표들은 이날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등 핵 5대 강국이 시한을 못박지는 않았지만 핵무기 완전제거를 분명히 약속하고, 다음 평가회의에서 검토기준이 될 6개항의 점검목록에 동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합의문을 채택했다.
핵 5대 강국이 핵무기 폐기 의사를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은 처음 있는 일.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핵으로부터 자유로운, 보다 평화로운 세계를 추구하는 인류의 앞날에 중요한 전기”라고 평가했으며, 핵보유국들에 대해 핵군축 압력을 가해온 비핵보유국들의 모임인 ‘뉴 어젠더 연대’의 멕시코 대표단은 “핵군축 가능성에 대해 더 확실한 믿음을 갖게 됐다”고 논평했다.
최종 합의문은 또 인도와 파키스탄의 핵실험을 개탄하고 이 두 나라가 핵보유국의 지위를 갖지 못했음을 재천명하는 한편 NPT 가입을 거부하고 있는 이 두나라와 쿠바, 이스라엘 등 4개국에 대해 NPT에 가입, 핵안전조치를 이행할 때까지 국제적인 핵협력을 받을 수 없도록 했다.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믿어지고 있는 이스라엘을 명시적으로 거론한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합의문은 또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안전조치의 완전한 이행을 핵협력의 전제조건으로 삼는 한편 CTBT가 발효되기 전이라도 핵실험을 유예해 줄 것 NPT 당사국에 촉구하고 있다.
한편 이라크 문제와 관련, 미국은 이라크의 IAEA 핵안전조치 이행을 요구하는 부분이 합의문에 삽입돼야 한다고 고집한 반면 이라크측은 이미 핵안전조치를 완전 이행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합의문 문안을 “계속 준수”로 해야한다고 맞서기도 했다.
양측은 이번만은 합의문이 채택돼야 한다는 각국의 압력과 중재로 “이라크의 완전한 계속적 준수가 중요하다”는 선에서 극적인 타협이 이뤄졌다.
1970년 NPT발효이후 5년마다 열린 평가회의에서 합의문이 채택된 것은 1985년이후 15년만에 처음이다.
1998년 11차례에 걸친 인도와 파키스탄의 핵실험, 지난해 10월 미 상원의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 거부 등으로 흔들려온 NPT체제는 이번 합의문 채택으로 새로운 활력을 얻게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NPT 제6차 평가회의 합의문 주요 내용
▼핵군축부문
핵무기 완전페기에 대한 핵보유국들의 명확한 보장
핵프로그램에 대한 투명성 제고
핵무기의 군사작전적 지위 축소
전술핵무기 보유량 추가 감축
안보정책에서 핵무기 역할 축소
전략핵무기 감축대상 국가-미국과 러시아에서 영국 프랑스 중국 등으로 확대
핵탄두에서 핵분열물질 영구 제거하고 복원 불가능하도록 함
포괄핵실험금지조약(CTBT) 발효까지 핵실험 유예
▼핵획산 금지부문
핵 안전조치에 대한 완전한 지지를 핵협력의 전제 조건으로 확립
인도와 파키스탄, 쿠바, 이스라엘 등 4개국에 NPT 가입촉구
NPT 비가입국에 대한 협력 금지
◆對北 관련문구서 '심각한 우려' 사라져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원국들이 20일 제6차 평가회의를 폐막하면서 채택한 최종 합의문의 대북한 관련 문구가 최근의 남북관계 개선을 반영해 상당히 부드러워졌다.
합의문의 대북관련 부분은 “북한이 NPT 당사국으로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조치 협정 이행을 기대하고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의 이행을 촉구한다”고 적고 있다.
북한측에 NPT 당사국으로서의 의무를 촉구하는 내용에는 달라진 것이 없지만 종전에 반드시 들어가던 “심각한 우려”, “조속한 이행”, “강력한 촉구”등의 단어는 사라졌다. 유엔 외교가에서는 단어 하나 하나에 큰 신경을 써온 국제관행을 감안, 이를 ‘상전벽해’와 같은 큰 변화로 지적하고 있다.
이번 대북관련 문안은 덴마크와 헝가리, 네덜란드 등 핵문제에 관심을 갖고있는 유럽국가들로 구성된 G-10이 지난해 10월 IAEA 총회에서 채택된 대북 결의안을 요약해 작성됐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유엔본부=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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