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해전 특별취재반이 구성되어 일본 도쿄(東京)를 탐사한 적이 있다. 그 때 우리를 감탄케 한 것 중의 하나가 도쿄의 도로공사는 밤에 진행된다는 사실이었다. 통행량이 준 밤시간을 이용하여 공사가 이뤄지는데, 다음날 아침에 보면 험하던 길이 솜씨 좋은 재봉사가 손을 댄 것처럼 깔끔하게 짜깁기되어 있곤 했다. 야간 작업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이 적지 않았을 테지만, 시민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몹시 부러웠다. 일본을 생각할 때 이 점이 기억에 뚜렷한 것은 한국과 대비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국 관광객 중에는 일본인이 가장 많다. 그들이 주로 들르는 관광지가 서울 인사동인데, 지금 그곳에는 ‘인사동 역사탐방로 조성공사’가 한창이다. 상·하수관을 묻고 도로를 정비하는 작업인데, 그곳을 지날 때마다 짜증스럽고 외국 관광객에게 부끄럽다. 지난 3월부터 본격화한 이 공사로 인해 인사동 길 630㎙가 석달째 난장판이 돼 있다. 아무리 공사장이라고 다 그럴까? 길은 인도와 차도의 구별도 없어진 채 울퉁불퉁 자갈이 발에 채여 걷기도 힘들고, 흙먼지가 날리면서 여기저기 쓰레기까지 무더기로 나뒹군다.
■ 그래도 한국 최고의, 아니 세계에서도 유례가 드문 전통과 미술의 거리임을 알리는 전시회 현수막이 봄 제철을 만나 나부끼지만, 인사동다운 분위기는 완전히 망가졌다. 이런 도로공사라면 겨울에도 할 수 있으련만, 하필 가장 좋은 관광철인 봄부터 시작되어 7월말에나 끝날 예정이라고 한다. 내국인은 석달째 불편해 하고 외국인들은 마지 못한 걸음으로 주변 화랑들을 건성으로 둘러본다. 상인들은 올 상반기 장사를 망쳤다고 울상이다.
■ 거리마다 품격이 다르다면, 공사에도 그점이 반영돼야 마땅하다. 미술의 거리답게 최대한 시민과 관광객을 배려하여 작업이 끝난 곳은 깔끔하게 정리하는 정성을 보여야 한다. 문화니 미술이니 하는 것에 무신경한 시공사와 종로구청은 밤에만 도로공사를 하는 도쿄에 한번 가보기 바란다. 최근 한국화랑협회 등 문화단체들은 ‘공사 뒤에는 노점상의 범람을 막아달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들이 지저분한 공사에 좀더 관심을 가졌더라면 인사동이 몇달째 더럽고 엉망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가게 앞도 청소하지 않는 상인들도 한심할 뿐이다.
/박래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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