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지난해 11월 미국에 이어 19일 유럽연합(EU)과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위한 쌍무협상을 타결해 WTO 회원국 지위 확보의 걸림돌을 사실상 제거했다. 중국은 아직 다른 5개국과의 협상을 남겨두고 있으나 EU 등에 비해서는 가벼운 상대여서 연내 WTO 가입은 확실해 보인다.중국에게 WTO 가입은 세계경제권으로 본격 편입되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은 앞으로 WTO 회원국으로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비롯, 각종 대외 빗장을 풀면서 불합리한 제도도 선진화해야 한다. 주요 교역상대국과 동등한 지위에서 경쟁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물론 이같은 대외 개방과 제도개혁에 따라 실업 및 기업 도산 사태 등 부작용도 우려된다.
하지만 중국은 이런 내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 14년간 WTO 문을 줄기차게 두드려왔다. WTO 가입은 장기적으로 ‘득’이 된다는 게 중국의 판단이다. 뉴밀레니엄 경제강국을 꿈꾸며 야심적인 서부 개발을 비롯,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에 주력하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외자가 긴요하고, WTO 가입은 그 물꼬를 트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세계 시장 접근이 한결 쉬워져 아시아 경제위기이후 주춤했던 수출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올해 7.0%, 내년 6.5%로 각각 전망하면서 WTO에 가입할 경우 이보다 높아질 것으로 내다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은 WTO 가입 후유증을 최소화하기위해 국내외 기업에 대한 동일한 소득세 부과, 시장 개방폭 확대, 변동환율제로의 이행 등 다각적인 제도 개혁을 준비해 왔다.
이번 협상타결은 주룽지 총리 등 개혁파의 입지가 한층 강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은다. 그동안 자동차 보험 통신시장 등의 개방폭을 놓고 EU와의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는 동안 내부반발도 거세졌던 게 사실.
하지만 朱총리는 미국에 이은 EU와의 협상 타결로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에 탄력을 더하게 됐다. 여기에는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항구적인 정상무역관계(PNTR) 지위를 부여하려는 미 클린턴정부의 정책의지가 EU와의 협상타결을 도왔다는 분석이다.
한편 중국의 WTO 가입은 우리나라에게 향후 6년간 무역수지가 24억달러 개선되는 등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게 한국은행의 분석이다. 아울러 중국과의 교역에서 지난해 244억 유로의 적자를 기록한 EU 역시 다소나마 무역수지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희경기자
hkju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