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대통령 선거가 부정시비에 휘말린 가운데 알베르토 후지모리(61) 대통령의 강력한 도전자인 야당의 알레한드로 톨레도(54)후보가 28일로 예정된 결선투표를 연기하지 않으면 선거에 불참하겠다고 18일 선언했다.톨레도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결선투표를 다음달 18일로 연기해줄 것을 요청했다”면서 “그런데도 결선투표가 28일에 그대로 실시된다면 선거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명선거가 보장되지 않는 한 패배가 불보듯 뻔한 상황에서 미리 선거를 보이콧 하면서 배수진을 친 셈이다.
지난달 9일 1차 투표에서 후지모리 현 대통령은 49.87%, 톨레도후보는 40.24%의 득표율로 각각 과반수 획득에 실패, 결선투표를 치르게 됐었다.
하지만 무리한 3선 연임에 도전한 후지모리 대통령이 이 과정서 선거부정을 저질렀으며 이를 토대로 과반수 획득에 성공할 수도 있었음에도 국제사회의 압력에 밀려 결선투표까지 가게 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28일은 베네수엘라 대선과 겹치는 날로, 후지모리측이 끝내 부정선거를 자행하며 국제사회의 관심을 희석시키려 하고 있다는게 톨레도측 주장이다.
그렇다고 선거가 연기된다고 해서 반드시 공정한 선거가 보장되는 것도 아닌 상황이다. 톨레도후보도 이를 의식, 이날 기자회견에서“선거가 연기되고도 선거부정이 근절되지 않을 경우 결선투표 마저 거부하겠다”고 경고했다.
국제공명선거감시단 요원들도 이날 페루당국이 투표를 조작하거나, 투개표 전산망이 컴퓨터 바이러스에 오염됐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선거부정을 저지를 가능성을 거듭 제기했다.
홍윤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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