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설] 학교발전 기금 페지하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설] 학교발전 기금 페지하라

입력
2000.05.20 00:00
0 0

학부모단체와 교원·시민단체들의 학교발전기금 거부운동에서 느끼는 것은 우리 교육이 50년대로 멀리 되돌아가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교육예산의 큰 항목인 학교운영비를 학부모에게 의존하겠다는 발상이니, 교육정책은 언제까지 거꾸로 가겠다는 것인가.학교발전기금·찬조금·체육진흥비 따위 갖가지 잡부금의 거부운동을 벌여온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등 교육관련 아홉 단체는 18일 어떤 명목의 잡부금도 거부하겠다는 학부모 행동지침을 발표했다. 참교육학부모회는 대다수 학교에서 불법적으로 잡부금을 거두고 있다는 자체조사 자료도 공개했다.

서울시내 12개 초·중·고교, 울산시내 16개교를 대상으로 실시한 표본조사 결과를 보면 모든 학교에서 교구와 학습기자재 구입, 시설확충, 도서구입 등을 이유로 돈을 거두었다. 모금액수는 학교별로 차이가 있지만, 운영비의 60~70%를 발전기금에 의존하는 곳도 있다. 서울 강남 같은 곳에서는 연간 모금액이 1억원 이상인 학교도 있어 1인당 부담이 17만원을 넘었다.

모금도 반강제적이다. 가정통신문이나 기탁서를 보내고 교장·교감이 학부모들에게 직접 종용하거나, 학급임원에게 몇십만원씩 할당하는 사례도 있다. 발전기금 용도는 사소한 교구 구입과 냉난방 시설, 학교급식용 승강기 시설까지 다양하다. 국가예산으로 충당해야 할 비용을 학부모들에게 떠넘기는 일은 국가경제가 극히 피폐했던 지나간 시절 ‘사친회비 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불요불급한 시설을 위한 모금도 많아 더욱 배경이 의심스럽다.

지금은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을 시행하는 시대이므로 학교발전기금 제도는 어떤 명분으로도 존속되어서는 안된다. 이 제도는 구제금융(IMF) 시대에 크게 삭감된 학교운영비를 메우려던 고육지책이었다. 교육청들이 명퇴교사 퇴직금 등 늘어난 인건비를 충당하기 위해 학교운영비를 편법전용, 예산이 고갈되자 교육법을 개정해 기금모금 근거를 만들어 3년째 시행중이다. 그러나 모금액 할당이나 직·간접적인 납부요구, 납부 희망액 조사나 기금납부서 일괄배부 등의 행위는 엄격히 제한돼 있다. 따라서 강제성을 띤 모금은 불법이다.

이번 소동은 획기적인 교육재정 확충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 열악한 교육환경이 초래한 과외수요의 급증, 교실붕괴 현상 등으로 교육에 대한 불신이 분출하고 있는 때에 잡부금마저 기승을 부린다면 학교교육 바로 세우기는 영원히 불가능하다. 전근대적인 제도를 즉각 폐지함으로써 학교에 대한 국민의 믿음부터 되찾게 하는 일이 시급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