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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흑백갈등 '우울한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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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흑백갈등 '우울한 유산'

입력
2000.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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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의회는 18일 인종차별의 상징으로 지탄을 받아온 남부연방기를 주정부 청사의 돔지붕위에서 철거하는 법안을 가결했다. 짐 호지스 주지사가 이 법안에 서명할 경우 남부연방기는 오는 7월1일부터 게양대에서 자취를 감추게된다.남부연방기의 역사는 14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흑인노예제 철폐를 강요하는 합중국 정부에 반발한 11개주는 1861년 남부연방을 결성하고 남북전쟁을 일으켰다. 남군이 패배함으로써 십자가 모양에 별이 새겨진 남부연방기도 전쟁박물관 창고로 사라졌으나 남군의 선봉에 섰던 사우스 캐롤라이나주가 1962년 남북전쟁 100주년을 기념해 주정부 청사에 게양하면서 다시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후 흑인인권단체 등은 남부연방기가 노예제도와 인종차별의 상징이라며 제거를 주장해온 반면 지역 주민들은 중요한 문화유산의 하나라고 맞서왔다. 특히 지난 1월 마틴 루터 킹 목사 탄신일에는 1만여명이 모여 하강요구 시위를 벌인데 이어 대선주자들도 논쟁에 가세함으로써 전국적 이슈로 떠올랐었다.

그러나 주의회의 남부연방기 철거 결정으로 문제가 일단락된 것은 아니다. 사우스 캐롤라이나주의 이 결정은 주의 주요수입원인 관광산업 타격을 노려 관광 보이콧운동으로 압박해 온 전국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NAACP) 등의 공세에 밀린 탓이다. 대신 주정부는 인근 박물관지붕에 연방기를 계속 게양키로 했다. NAACP는 이에대해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며 관광 보이콧을 계속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21세기의 문턱에서도 미국은 수백년 묵은 흑백갈등을 풀지 못하고 있다. 흑백갈등은 미국의 원죄이다.

윤승용 워싱턴특파원

syy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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