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국무총리 자리는 자민련의 사실상 오너인 JP의 몫이었다. 총리는 JP의 의중에 따라 결정됐다. 정권의 출범에 우여곡절이 있었다는 것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나라의 총리자리가 특정 정치 지도자의 전유물이 된 것처럼 비쳐진 것은 비상식적인 일이다. 이번 후임총리 인선문제에 국민이 새삼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이런 독특한 정치적 배경 탓이다.김대중대통령은 이번에도 JP와의 인선협의 절차를 밟으려 할 공산이 크다. 김대통령으로서는 여전히 공동정권의 기본정신에 변함이 없다는 뜻을 밝혀 왔으므로 그런 절차를 밟아야 할 처지다. 여권도 김대통령과 JP, 두 사람간에 인선협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인선협의를 매개로 자민련과의 공조가 자연스럽게 복원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국민은 총리직을 둘러싼 ‘정치적 옵션’이 이번 기회에 홀가분하게 정리되기를 바란다. 국민들 사이에서 이미 공동정권의 의미는 사실상 퇴색했다는 평가다. 자민련으로서도 그동안 너무 멀리 나가, 되돌아 오기가 여간 거북하지가 않다. 공동정권 약속의 당사자인 정당도 바뀌었고, 더구나 박태준총리가 물러났으므로 공동정권의 기본 축 ‘DJT 연합’은 사실상 와해된 것이나 다름없다.
JP의 입장에서도 굳이 자민련 몫을 요구하지 않으리라고 본다. JP는 더 이상 말을 바꿀 입장이 못된다. 그럼에도 여권이 공조복원을 위해 정치적 옵션을 실천에 옮기려 한다면, 어떻게 포장을 하든 국민의 눈에는 정치적 흥정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여권은 이 점을 유념해야 한다.
정치적 옵션의 해제 여부를 떠나, 정치적 고려보다는 국가의 상황적 고려에 따라 후임총리가 인선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남북 정상회담을 마치는 시기가 공교롭게도 김대통령으로서는 집권 후반기에 접어드는 시점이다. 이제부터는 일을 벌이기 보다는 차분하게 추스려야 할 시기이다. 웬만한 것은 내각에 맡기고 국정의 큰 틀에서 중요한 사안만을 챙겨야 한다. 따라서 경륜있고, 실무에 밝은 사람이 내각을 이끌어 나가야 할 상황이다. 정치형 총리보다는 실무형 총리가 적합한 것은 당연하다.
이번 총리부터는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 인사청문 특위를 신설한 개정 국회법이 5월30일부터 발효된다. 그 전에 임명동의안을 받으면 그만이지만 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당당하게 미래의 국가 비전을 제시할 만한 사람이 인선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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