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을보자, 중심에서자] 한국의 새설계도이종재기자 싱가포르 등 4개국 르뽀
네덜란드는 꽃의 나라다. 3월중순부터 5월중순까지 열리는 꽃박람회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꽃은 네덜란드의 주요 수출품이다. 지난해 꽃 한 품목의 수출은 60억달러. 우리나라의 철강수출액과 맞먹는다. 이런 네덜란드에 꽃을 수출하는 나라가 있다. 바로 한국이다. 수출품은 선인장과 분재. 세계 최고의 꽃 수출국인 네덜란드도 선인장과 분재만큼은 한국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도 ‘작지만 강한 나라’로의 가능성이 아주 크다. 생각의 속도로 움직이는 인터넷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한걸음도 뒤지지 않아 뉴 밀레니엄시대, 새로운 경제환경에서도 그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 문제는 어떤 방향으로, 어떤 전략으로 힘을 모아가느냐다.
미국과 일본에만 쏠렸던 눈을 조금만 돌려보면 사실 우리의 방향은 분명하다. 싱가포르 네덜란드 벨기에 아일랜드 등이 작으면서도 강한 ‘리틀 자이언트'로 자리하는 이유는 ‘적극적인 개방과 허브(중심축)기능’ 때문이다. 우리의 목표 역시 무역·물류·금융부문에서 ‘세계기업의 플랫폼’이다.
이를 위해 리틀 자이언트 4개국이 주는 교훈은 한둘이 아니다. 첫째는 사회통합(사회적인 공감대)다. 네덜란드의 폴더모델이 대표적 예. 국토의 3분의 1이 바다보다 낮은 네덜란드가 간척지(폴더) 위에서 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물을 퍼내야 한다. 국민적 공감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국가적 과제를 위해서는 국민들 모두 똑같이 힘을 합해야 한다는 게 폴더모델이다.
아일랜드에는 노·사·정이 참여하는 국가경쟁력위원회가 3개월마다 모든 현안을 놓고 합의를 만들어가고 있다. 87년 파트너십협약을 맺은 이후부터다.
더 중요한 것은 정부다. 싱가포르 정부는 국민들로부터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청렴성과 솔선수범이 싱가포르 공무원들의 상징이며 이 힘이 곤장을 쳐도 받아들이는 국가적인 일관성과 정책으로 연결되고 있다.
대부분의 국민이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것도 공통점이다. 이것도 정부당국의 정책적 노력의 결과물이다. 외국인이 기업하기 편하도록 하고 세계 물류의 중심지로 자리하려면 영어는 기본이다. 리틀자이언트 4개국은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를 필수과목으로 교육하고 있다.
대학의 제1목표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제때 공급하는 것이다. 네덜란드에는 물류대학이 있고 주요 대학에는 대부분 물류학과가 있다. 일관성없이 대학입시제도나 바꾸고 있는 한국정부와 너무 대조적이다.
산업연구원 심영섭(沈永燮)연구위원은 “상품과 사람, 기술과 정보가 자유롭게 왕래하고 우리 기업도 나가고 외국기업도 들어와서 편하게 사업할 수 있는 나라가 되려면 의식부터 바뀌어야 한다”며 “변하지 않으면 영원히 처진다”고 말했다. j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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