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매연차량 4천여건 신고개인택시 운전사 지정자(池政子.61.서울 광진구 능동)씨는 늘 볼펜과 메모지를 지니고 다닌다. 언제 어디서든 매연 차량을 적발, 신고하기 위해서다. 신고 대상은 시커멓거나 독한 냄새가 나는 자동차의 매연. 매연이 심한 자동차를 보면 일단 시간과 장소, 차량번호를 적은 뒤 집에 들어가 내용을 자세히 정리해 서울시 등으로 보낸다.
1995년 신고를 시작한 이래 모두 몇 건이나 했는지 스스로도 정확히 모른다. 운전하는 날에는 하루 10건이상, 쉬는 날에는 30~40건 심지어 200여건 까지도 신고했다. 지난해 서울시에 신고한 매연 차량만 해도 4,200여건. 신고건수로는 단연 1등이다. 환경부 등에 신고한 건수까지 합치면 휠씬 많아진다.
쉬는 날 신고가 많은 건 운전중에는 운전에만 전념하므로 메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쉬는 날이면 서울의 영등포 천호동 가락동 등 정체가 심한 곳을 찾아가 매연 차량을 찾아낸다. 정체가 심하면 매연도 심하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다.
쉬는 날까지도 쏟아가면서 매연차량 적발에 나서지만 주위의 반응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신고로 남에게 고통만 주는 것 아니냐"는 사람도 적지 않고 관공서로부터 "신고 너무 많이 하지 마라"는 핀잔까지 받은 적도 있다. 물론 요즘은 담당 공무원이 "선생님같은 분이 많다면 우리 사회가 벌써 좋아졌을 것"이라고 격려를 많이 해 줘 힘이 된다.
"신고를 하면서 보니 자동차 매연을 줄이려면 차를 잘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임시번호판을 단 차량에서도 매연이 나오는 것은 제작단계에서 문제가 있다는 표시지요." 1965년부터 핸들을 잡았다는 지씨는 "나이가 들고 건강이 나빠져 택시 운전을 못하더라도 매연 차량은 계속 신고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광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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